미국이 멕시코 페소화폭락행진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주 60억달러의 신용을
공여한데 이어 빠르면 다음주중 수십억달러규모의 자금을 추가지원할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멕시코의 금융위기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

빌 클린턴 미대통령은 29일 백악관집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최근의 페소화폭락사태를 주시하고 있다"며 "페소화 부양과 경제안정을
위해 미국이 취할수 있는 방안을 멕시코정부와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클린턴행정부 고위관리들도 이날 캐나다및 선진7개국(G7)회원국들에
페소화부양을 위한 추가기금조성을 요청해놓고 있다고 밝혀 멕시코
통화안정을 위한 대규모 자금지원이 뒤따를 것임을 시사했다.

이들은 정확한 지원자금규모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으나 현재 미국과
캐나다가 설정해놓고 있는 70억달러규모의 신용한도를 대폭 높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와관련 미국과 캐나다가 1백억~1백50억달러규모의
지원기금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취임 1개월째인 에르네스토 세디요 멕시코대통령도 미국의 이같은
방침을 환영하면서 "멕시코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한 국제금융지원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멕시코는 지난 3개월간 페소화부양을 위해 1백억달러이상을 쏟아부어
국고가 바닥난 터였다.

세디요 대통령은 또 이날 하이메 세라 부체 재무장관을 경질하고 페소화
하락에 따른 심각한 경제난에 대처하기 위한 긴급방안을 발표했다.

세디요대통령은 "내년 1월 발효될 경제대책에는 생산부문과 인플레억제에
관한 합의,대멕시코 외국인투자 촉진,경제발전유지방안등이 포함돼 있다"
고 강조했다.

미국이 이처럼 멕시코 페소화폭락사태를 주시,자금지원에 나선 것은
멕시코경제를 안정시켜 미국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페소화폭락사태로 멕시코 주식과 채권에 투자했던 미국인투자들은
80억~1천억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월가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미국인의 대멕시코투자총액은 전체외국인투자액 7백30억달러중 절반이
넘는 4백50억~5백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중 3백억~3백50억달러는 멕시코의 채권 주식 페소화등에 투자돼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회원국인 멕시코의 경제가 흔들릴 경우 남미
각국을 포함한 범미주자유무역지대창설을 노리고 있는 클린턴행정부의
계획이 일거에 수포로 돌아갈수 있다는 판단도 서둘러 지원에 나서게된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있다.

NAFTA구도하의 멕시코경제가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미국을 비롯한
남미각국의 금융시장에 큰 타격을 주는것은 물론 앞으로 남미 각국을
단일경제권으로 묶기 위한 추진력에도 적잖은 제동이 걸릴수 있다는
분석인 것이다.

아무튼 미국의 추가자금지원계획으로 금융시장붕괴직전까지 치달았던
멕시코경제는 일단 숨을 돌릴수 있게 됐다.

지난주 달러화에 대해 40%가까이까지 폭락했던 페소화는 미국의 금융
지원계획으로 28일 14%이상 반등하는등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멕시코경제가 완전한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앞으로 6개월이내에 만기도래할 멕시코정부 발행의 달러표시 국공채
물량이 2백억달러를 넘고 있으며 경상수지적자도 70억~1백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또 페소화폭락사태를 저지할 목적으로 주요금리지표인 28일짜리 재무부
채권금리를 16%에서 31%로 올려 일단은 성공을 거뒀으나 급격한 경기
후퇴를 막기위해서는 이같은 고금리기조를 유지할수 없을 것이란 점도
금융위기로부터의 즉각적인 탈출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 김재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