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사하무니다 가 아니라 감사합니다 에요. 입술을 모아서 다시한번
발음해 보세요"

"왼쪽앞줄부터 한국말로 자기소개를 해보세요"

일본국회의사당에 한글을 배우려는 의원들의 열기가 뜨겁다.

한글공부에 열심인 의원들은 한일의원연맹 21세기위원회소속의원들.

가와무라다케오위원장등 30명의 위원회소속의원들은 지난7월부터 매월
1.3주 목요일이면 의원회관에 모여 한글공부에 여념이 없다.

한국에 8년간 유학한 후 NHK의 한글강좌를 담당하는 유명강사 하라타니
하라미(여)씨를 모셔다 놓고 가장 젊은 노다(31)의원에서부터 최고령의
스즈키(85)의원에 이르기까지 발음교정에 땀을 흘린다.

이들 의원들이 한글공부에 나서게 된 것은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더 잘
알기 위해서는 말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판단한 때문.

바쁘기 그지없는 국회의원들임에도 불구 출석률이 통상 50%선은 유지하고
있다.

하라타니강사는 "의원들이 따로 공부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진도는 많이
못나가지만 수업 시간만은 대단히 진지하고 의욕이 넘친다"고 설명하면서
"종합적으로 생각할 때 이들의 학습태도에 85점은 줄 수 있다"며 만족해
한다.

의원들중에서도 한번밖에 결석하지 않아 가장 출석률이 좋다는 시미즈
가요코(여)의원은 "아직 초보단계지만 간단한 인사는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곧 서울에서 열리는 한일의원연맹회의에 참석할 때는 한국말로 된 자료를
읽을 수 있는지 시험해 보겠다"는 것이 시미즈의원의 작은 꿈이다.

이공부모임을 이끌고 있는 가와무라의원은 "1백% 출석이 불가능한 현실은
유감이지만 선생님의 엄격한 지도로 나름대로의 성과는 있다고 본다"고
자체평가하면서 "이같은 노력들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지리적으로뿐 아니라
진정으로 가까운 이웃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측의원들의 이같은 노력에 호응 한국측 국회의원들도 최근 일본어공부
를 시작했다는 전언이다.

해방50주년 한일국교정상화30주년이 되는 95년을 목전에 두고 일기 시작한
의원들의 이같은 노력이 한일간 인식의 격차를 줄이는 계기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