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멋대로 입어도 돼. 스웨터든 청바지든 아무려면 어때. 신발?
마찬가지. 어떤 것이든 괜찮아. 장난감? 갖고 와 늘어놔도 상관없어.
애완동물은? 데리고 들어오지 뭘"

부모가 외출한 틈을 타 "집주인"이 된 개구쟁이들이 친구를 초대, 난장판을
벌이려는 음모의 일부분이 아니다.

이는 미국 홀마크사가 직원들의 창조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취하고 있는
회사운영 방침의 일부분이다.

홀마크사는 미국 최대의 카드메이커.

연하장 시장에 국한시킨다면 미우체부들이 배달하는 "신년인사"의 절반
가량이 홀마크사 제품일 정도다.

미카드협회의 추산에 따르면 올 크리스마스시즌에만도 26억장정도의 카드가
팔릴 예상인데 이를 기준해 역산해보면 이회사의 매출액은 엄청나다고 할수
있다.

이회사는 말하자면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남들이 흉내내기 힘든
독창적인 방법을 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직원들의 일터를 창조적인 환경으로 만들어 주려는 이 회사의
배려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매일 매일 할당된 업무라는 것도 없다.

그리고 개인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마감시한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집에서 해야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며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다람쥐 챗바퀴 돌듯하는 일상에서 탈피하고 싶어하는 샐러리맨들에게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일터인 셈이다.

이런 "복받은 샐러리맨"은 6백70명에 불과하다.

카드를 디자인하고 거기에 들어가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이를 총괄
지휘하는 인력을 모두 포함한 숫자이다.

홀마크사는 이들 6백여명이 이런 회사생활을 유지하도록 뒤받침하는데
들어가는 돈이 어느 정도인지 밝히지 않는다.

그러나 직원들의 입을 빌어보면 회사 지원의 한계는 없다고 느껴질 정도
이다.

이들은 업무와 관련된 출장이라면 어디든지 갈수 있으며 공짜 영화구경도
일에 연관된 것이라면 지원범위에 들어간다고 말한다.

홀마크사의 이런 전통은 도널드 홀 회장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그가 아버지를 도와 업계에 처음 몸을 디딘후 생긴 전통인 것이다.

그는 당시 인간의 창조적인 활동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다시 말해 창조적인
사고활동을 생명으로 하는 여러 업체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를 통해 그가 터득한 진리는 사람의 창조활동을 자극하는 방법은 회사
마다 다르다는 것이며 이러한 환경을 조성해 주면 조성해 줄수록 창조적
활동이 극대화 된다는 사실이었다.

홀마크사는 연중 최대 성수기인 올해 크리스마스시즌에 대비해 2천5백가지
의 낱장 판매 크리스마스카드 디자인을 준비했으며 5백50가지의 박스판매
카드디자인을 마련해 놓았다.

앞으로도 이같은 일터 분위기를 유지해갈 것이라고 말하는 이회사가 올
연말 카드시장에서도 또다시 저력을 발휘하기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김현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