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파괴 물결이 전열도로 확산되면서 일본유통가에 상품의 오픈가격화가
급격히 진전되고 있다.

상품의 오픈가격화를 리드하고 있는 것은 가전제품.일본의 전국가전제품
공정거래협의회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올들어 오픈가격으로 이행한
가전제품은 모두 1천7백34개상품에 달한다.

주요상품만 보아도 에어콘이 3백33개기종에 이르고 있는 것을 비롯
TV가 1백86개기종 테프레코더가 1백15개기종 냉장고가 1백13개기종
VTR가 1백10개기종에 각각 달한다.

이같은 규모는 지난92년 6백개기종가랑이 오픈가격화됐던데에 비해
약3배에 이르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오픈가격화가 급진전되고 있음이 여실히 입증되고 있다.

오픈가격상품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할인점들의 세력이 급팽창하면서
실제매매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점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희망소매가격이 유명무실화됨으로써 메이커측이 실세가격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오픈가격화의 진전은 업계에 큰 파급영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선 메이커들의 경우는 저가화를 의미하는 오픈가격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원가절감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원가절감을 위한 일본기업들의
군살빼기작업은 어느업체나 예외가 없다.

가전양판점등 유통업체들의 판매풍토도 최근엔 주목할 만큼 변화하고
있다.

예전의 경우 유통업체들은 메이커 희망가격에서 <><>%할인 이란
문구로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충동해왔다.

그러나 희망가격자체가 없어져버린 지금은 경쟁점포들의 판매가격을
염탐 하는데 온힘을 쏟고 있다.

가전제품상가의 대명사인 아키하바라(추엽원)지역 양판점들의 경우
이웃점포들뿐아니라 교외지역의 양판점에까지 사원을 파견해 이들의
판매가격을 조사한 후 자사의 판매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할인폭을 판단할 수 없는 만큼 다른 점포들보다 싸다는
평판을 유지하는 외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양판점들의 상품판매가격은 결국 거의 비슷한 수준을
나타내기 마련이지만 가격결정때까지 투입되는 인력과 자금은 예전의
몇배에 달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이처럼 격렬해지는 가격염탐경쟁은 바로 이웃한 점포들이 법정에서
까지 싸움을 벌여야하는 사태까지 몰아오고 있다.

가전양판점인 고지마사는 최근 같은 양판점인 야마다사를 실제와 다른
가격을 비교표시한 광고전단을 뿌려 피해를 입혔다 며 법원에 제소했다.

반면 야마다사측은 광고전단에 표시한 가격은 상대점포에서 직접 확인한
가격 이라며 고지마사를 부당한 중상 으로 역제소해 맞받아쳤다.

이들 두업체는 현재 점포입구에 고지마(야마다)보다 싸게 팝니다는
문구를 서로가 내걸며 한치도 양보없는 가격싸움을 계속하고 있어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소매점들의 가격표시문제가 법정에까지 비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있는
일이다.

일선유통업체들이 가격에 대해 얼마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지가
뚜렷이 드러난다.

오픈가격상품의 증가는 가격파괴의 물결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는 있음에 틀림없다 하겠다.

[[ 오픈가격상품 ]]

메이커가 희망소매가격을 표시하지 않는 상품. 정가가 없는 만큼 얼마를
받고 팔든 그것은 소매점의 자유다.

일본공정거래위원회는 전국소매점포의 절반이상이 희망소매가격보다 20%
이상 할인판매하거나 3분의2이상이 15%이상 할인판매할 경우 해당상품을
오픈가격상품으로 지정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경우 메이커들은 희망소매가격자체를 낮추거나 오픈가격화하는
두가지중 선택하게 된다.

최근엔 격렬한 가격경쟁시대를 의식, 오픈가격화를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쿄=이봉후특파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