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제경제에서 새롭게 부각된 용어가 이머징( Emerging )마켓,이머징
컨트리다.

공식용어는 아니지만 통상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달러에 못미치는
아시아 중남미 동유럽국가들을 말한다.

여기에 이머징이란 단어에 걸맞게 고도경제성장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떠오르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는 나라란 단서가 붙게 된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한 특집기사에서 "앞으로 25년간 세계는
금세기중 최대규모의 경제력이동( Shift )이 일어날 것이다"고 보도했다.

이머징 마켓을 염두에 둔 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지도 지난 9월말 "상당수의 발전도상국이 90년대
세계경제의 엔진으로 등장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특히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투자를 폭발적으로 늘려와
이미 아시아등 이머징 마켓은 세계경제의 성장을 위해 빼놓을 수없는
추진역으로 자리하게 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미국정부도 한 보고서에서 앞으로 미국경제가 공략해야할 해외시장
으로 이머징 마켓이란 용어를 들어 아시아 중남미 동구국가들을 열거한
바있다.

이처럼 이머징 마켓이 각국의 주목을 끌어모을 만큼 고도성장을 보이는
배경에는 모든 산출물이나 투입요소가 코모디티( Commodity )화되는
현상이 있다고 일본의 최근호 주간다이아몬드지는 지적하고 있다.

코모디티는 일반적으로 단위당 가격이 싸고 수량은 무수히 존재하는
상품으로 보통의 경우 농산물이나 광물자원을 의미한다.

우선 국제시장에서 코모디티화되고 있는 것으로 제조업제품을 들수있다.

제조공정의 기술혁신에 의해 오늘날 카메라와 TV등은 세계 어디서나
만들어지고 있다.

가격파괴가 일어나는 것도 제조업제품이 코모디티화된다는 것과 동일한
관점에서 설명할 수있다.

그러나 선진국에는 제조업제품이 상당히 보급돼 있으며 가격이 떨어져도
수요는 크게 늘지 않는다.

다시말해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낮은 것이다.

제조업제품의 코모디티화에 의해 큰 수혜를 받는 쪽이 이머징 마켓이다.

가격저하가 수요확대,경제성장으로 직결되는 것이다.

더구나 중국이나 중남미국가들은 농업생산량이 향상돼 식량의 자급률이
1백%에 가깝다.

노동력은 공업화의 진전과 함께 도시로 이동하게 되고 제조업제품의
코모디티화는 이들을 충분히 받아들여 전체적인 경제발전으로 연결
시키고 있다.

제조업제품만이 아니라 노동력(단순노동력)도 코모디티화되고 있다.

선진국의 기업들은 점점 파트타이머나 계약직근로자(컨트랙터)를 늘리고
업무의 외주확대란 형태를 통해 노동력의 코모디티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영국에서는 전체노동자중 4분의1이 파트타이머이고,아침출근 저녁퇴근의
정시근로자는 3분의1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에서도 코스트삭감을 위해서 취해지는 리스트럭처링이 노동의
코모디티화를 빨라지게 하고 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노동은 단순노동이며 지적노동은 코모디티화되지
않는다.

노동력의 코모디티화는 노동의 단위(임금)과 고용량(노동시간)을
감소시키게 되며 그만큼 선진국의 가계소득은 줄어든다.

반대로 선진국은 저렴한 노동력을 구해 이머징 마켓에 직접투자를 늘리기
때문에 고용은 확대되고 경제성장이 촉진된다.

노동력의 코모디티화는 국제경제전반에서 선진국경제의 비중을 떨어뜨리고
이머징 마켓의 무게를 더해주게 되는 것이다.

한편 선진국에서는 한결같이 자본이 높은 투자수익율을 거두기 어려운
경제상황을 보이고 있다.

선진국의 자본은 수익율이 높은 투자시장을 찾게 되고 이머징 마켓은
선진국자본을 받아들여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궤도를 따라 걷게 되는
것이다.

< 박재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