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가진 보편적인 속성을 노려라''

세계 백색가전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미국 월풀의 ''세계화''전략이다.
4~5년전까지만해도 주로 미국내 판매에 주력하던 ''월풀''(Whirlpool)
이 세계적기업인 ''월드풀''(Worldpool)로 부상하고 있다.

월풀의 해외시장 원정은 지난 89~91년에 걸쳐 네덜란드 필립스전자의
백색가전부문을 인수하면서 시작된다.

당시 백색가전 음향기기를 비롯한 수십개라인을 가동하고 있었던 필립스는
월풀에 수익도 못내고 시들어만 가는 백색가전부문을 10억달러에 미련없이
넘겨줬다.

월풀은 인수한 ''월풀 유럽''을 거점으로 인구4억에 가까운 이 지역 소비자
의 주방에 파고들기 시작했다.

공략대상은 냉장고 세탁기 식기세척기 전자레인지 빨래건조기등 백색
가전용품.

필립스가 국가별 특성에 맞게 상품에 차별화를 두었던 것과는 달리
월풀은 유럽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보편성''을 노려 20여개 나라에
같은 제품을 공급키로 했다.

유럽을 하나의 시장으로 공략하는 전략하에서는 나라마다 다른 생산라인
이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전에는 이탈리아에서 생산되는 세탁기는 순수하게 이탈리아 시장만을
대상으로 만들어졌고 독일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은 독일납품업자가
공급하는 부품으로 독일 소비자만을 위해 생산됐다.

월풀은 이러한 공장운영방식을 1백80도 전환했다. 불필요한 공장은 폐쇄
하고 36개에 달하던 물류창고를 16개로 대폭 줄였다. 내년에는 창고수를
8개로 만들 계획이다.

아울러 재고 관리를 단일화했다. 1천6백여개에 이르던 납품업체수를 절반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

17개업체가 납품하던 냉장고 전선을 이제는 2개 회사가 담당한다. 덕분에
재고가 3분의2수준으로 줄었다.

이제 서로 다른 공장에서 생산되던 보크네흐트이그니스등 전자레인지
브랜드는 이탈리아공장에서 함께 생산된다. 월풀관계자는 이들 상품이
거의 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필립스의 이름으로 나가던 모든 광고계약도 다 폐기했다. 대신 새로운
작전을 펼쳤다.

월풀 이름을 알리기위해 상표명에 ''필립스''와 ''월풀''을 같이 넣었다.
광고비만 1억3천5백만달러가 들었다.

이 전략은 적중, 많은 유럽소비자들이 월풀이라는 상표명을 점차 기억
하기 시작했다. 이제 월풀은 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월풀''상표명만으로
물건을 팔고 있다.

월풀의 ''세계화''작전에서 첫 목표대상인 유럽 백색가전시장은 점차 월풀
손으로 넘어가는 듯 보인다.

불과 몇년만에 월풀은 13%이상의 시장점유율을 확보, ''보쉬-지멘스''
다음의 2위 가전업체로 부상했다.

월풀은 유럽에서만 올해 24억달러상당의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진출한지 5년도 채 안돼 전체매출의 30%를 유럽시장에서 올리고 있는
것이다.

월풀은 유럽에서의 성공을 토대로 아시아진출에 적극 나섰다. 데이비드
웜사장은 "국경없는 오늘날 소비시대에 지역별 차이점을 지나치게 염두에
둘 필요는 없다. 그보다 인류가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속성을 상품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하며 아시아 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다.

이미 월풀은 지난 7월 인도 최대 냉장고제조업체인 켈비네이터 지분 57%
를 1억1천만달러에 인수했다. 아시아에서 월풀은 유럽에서와 같은 전략을
구사할 예정이다.

월풀의 최종 목표는 세계 ''어느''곳에서든지 ''모든'' 지역에서 환영받는
물건을 만들수 있는 수준이 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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