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의 가전업체 마쓰시타가 ''기모노''를 벗기 시작했다.

종신고용보장, 연공서열중심으로 대변되는 일본식 기업경영을 버리고
서구식 ''리엔지니어링''으로 새 단장을 하고 있다.

오랜 관료주의적 경영에 일본경제의 장기침체,엔고등 악재가 겹치면서
마쓰시타는 높은 원가 낮은 판매실적으로 3년 내리 수익하락에 허덕이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초 연공서열의 전통을 깨고 부사장단중 최연소자인 모리시타
요이치씨가 사장자리에 새로 앉으면서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 20개월간 모리시타사장은 회사 구석구석에 리엔지니어링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그결과 올회계연도 상반기(4~9월)세전수익이 3년만에 처음으로 상승곡선
으로 돌아섰다.

전년동기보다 26% 늘어난 것이다. 순익도 20%나 올랐다.

마쓰시타는 리엔지니어링의 첫단계로 "확고한 목표"를 설정했다.
경영쇄신의 인센티브를 주기 위한 것이었다.

우선 현재 1.5%에 머물러 있는 수익마진을 오는 96년까지 5%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목표를 위한 기초작업으로 경영층의 군살빼기가 뒤를 이었다.

마쓰시타는 관료주의를 떨쳐버리고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해 오는 96년
까지 6천명의 경영진을 마케팅 판매 생산작업에 실질적으로 투입시키기로
했다.

종신고용의 전통도 과감히 깨고 있다.

연구개발(R&D)분야의 직원들에게 5년단위의 계약제도를 첫 도입했다.

"화이트칼라 생산성제고는 최우선의 21세기 생존전략"이라는 것이
모리시타사장의 지론이다.

"경영의 분사화"는 마쓰시타 리엔지니어링의 요체이다.

마쓰시타는 44개 사업부를 관할하는 그룹본사의 경영직급 하나를 완전히
없애버렸다.

이들은 모두 사임했다.

그리고 각 사업부가 제품개발에서 생산 재정까지 모든 것을 독립채산제
로 운영토록 완전 자율화했다.

각 사업부가 생산공장 판매소 대차대조표를 독자적으로 갖게 됐다.

결국 각 사업부의 책임자가 "기업가"가 되고 그룹은 사업부의 "주주"가
된 셈이다.

사업부는 새공장을 짓든지,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든지,모든 것을
알아서 결정한다.

사업확장을 위해 돈이 필요하면 그룹이 "대출"을 해준다.

현재 연리는 6%.시중이자 5%보다 약간 높은 것이다.

대신 시중대출보다 담보조건도 까다롭지 않고 상환기간도 길다.

R&D분야에도 메스를 댔다.

새로운 기술이 더 신속하게 제품에 적용될 수있도록 연구와 연구결과
전달채널을 정비했다.

라이벌 기업에 비해 신제품 도입에 보수적인 마쓰시타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것이었다.

마쓰시타는 앞으로 판매마진이 적은 가전제품보다는 첨단정보통신
분야에 주력할 계획이다.

R&D정비는 이같은 장기전략의 준비작업이기도 하다.

이를위해 마쓰시타는 40억달러상당의 대규모 R&D프로그램에 들어갔다.

우선 산재해 있는 엔지니어링 부문을 한데 묶어 기초과학연구를 담당하는
하나의 사업부로 통합했다.

여기서 나온 연구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제품개발사업부
도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수십개의 마쓰시타 계열사 대표들로 R&D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위원회는 두곳의 연구사업부에서 종합된 신제품 아이디어를 그룹
곳곳에 "유통"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물론 이런 리엔지니어링 노력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마쓰시타의 제품중 TV 에어컨 냉장고등 가전제품의 판매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런 평범한 제품들로는 첨단산업이 주도하는 21세기의 주역이 될 수
없다.

게임기및 소프트웨어개발,디지털콤팩트카세트의 판매부진,액정표시장치
(LCD)시장개척등 넘어야할 산이 겹겹이 놓여있다.

< 노혜령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