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대통령과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인 봅 돌의원이 23일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의 의회통과에 협력키로 합의함에 따라 다음주로 예정된 미의회의
UR비준은 확실해졌다.

이에따라 미국의 동정를 살피며 비준을 늦춰오던 유럽,일본,한국등 세계
각국은 잇달아 의회비준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이며 WTO(세계무역기구)
체재도 예정대로 내년초 출범할 전망이다.

봅 돌의원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클린턴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는 WTO체재가 갖고 있는 일부사항에 대한 우려를 해소했다"고 밝히고
공화당상원의원들에게 UR지지를 당부하는 개인서한을 발송, UR이행법안이
의회에서 작은 표차가 아닌 초당적인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클린턴대통령은 이같은 돌의원의 지지에 대해 감사를 표시하면서 "우리는
UR이행법안의 처리를 위해 광범위한 초당적 지지를 확보하는데 일보
전진했다"고 말했다.

클린턴대통령과 돌의원간의 이번 합의발표는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지적
되고 있다.

클린턴대통령 입장에서는 UR이행법안의 상원통과에 필요한 표를 확보하는데
실패, 돌의원의 협력없이는 사실상 상원통과가 어려운 형편이었다.

상원에서 통과가 안될 경우 세계무역질서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 클린턴
대통령의 정치생명은 끝장나는 것과 다름없었다.

따라서 웬만한 조건은 들어주지 않을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또 96년 대통령선거의 강력한 공화당후보인 돌의원 입장에서는 지난 중간
선거 결과 "반클린턴정서"가 확인됨에 따라 클린턴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는
무기로 UR카드를 활용했다.

중간선거이후 신보수주의가 대두되는등 공화당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정국에서 UR카드로 정치적 실리를 노렸던 것이다.

중간선거이전까지만해도 지지를 표명하던 돌의원이 선거이후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이같은 정치적 계산이 작용했다.

따라서 이번에 일련의 협상을 통해 클린턴대통령은 레임 덕현상을 빚고
있는 정치적 리더쉽이 유지될수 있게 됐고, 차기대권을 노리고 있는
돌의원은 클린턴을 몰아부치면서 실리획득과 이미지제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돌의원이 이같이 합의를 해준데는 UR이 내년으로 연기될 경우 사실상 WTO
체재의 출범이 어려워져, 이에따른 정치적 화살이 자신에게 쏠릴 것이라는
점을 의식했다고 볼수있다.

자유무역주의를 주장하는 공화당의 대표주자로서 정치적 명분이 약했던
것이다.

또 공화당의 정치기반을 제공하고 있는 기업들이 UR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돌의원은 이번 협상에서 자신이 지지조건으로 내걸었던 자본이득세인하를
철회했다.

하지만 내년 104차회기중 공화당이 지배하는 의회에서 이 문제를 본격
검토한다는 약속을 받아냄으로써 정치적 명분을 잃지 않았다.

또 UR반대세력이 주장하던 WTO의 미국 주권침해문제도 클린턴행정부로부터
보완하겠다는 합의사항을 끌어냈다.

클린턴대통령과 돌의원이 합의한 WTO보완 합의사항은 <>5명의 연방
항소법원판사로 특별위원회를 구성, WTO가 미국익에 부당한 결정을 5년내
3차례 내렸다고 판정할 경우 미의회는 WTO탈퇴결의안을 의결할수 있도록
하고 <>WTO가 부당한 결정을 내렸다고 판단했을때는 의회는 행정부에 무역
분쟁과 관련해 재협상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할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미의회가 WTO탈퇴결의안을 채택하고 대통령이 승인하면 언제든지 탈퇴할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번에 우여곡절 끝에 이러한 UR보완장치를 마련함
에 따라 다른 나라들도 의회비준과정에서 비슷한 문제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최완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