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연내 우루과이라운드(UR)협정비준이 난기류에 휩싸이고 있다.

미국이 올해안에 UR을 비준하지 못할 경우 클린턴대통령의 정치생명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되고 국제무역질서는 무질서상태를 초래,회복세를
보이는 세계경제가 좌초될 위험마저 있다.

세계각국이 미국의 UR처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IMF(국제통화기금)
GATT(관세무역일반협정)등 국제기구가 조기비준을 촉구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표결은 하원이 11월30일,상원이 12월1일로 예정돼있다.

리온 파네타백악관비서실장은 17일 이에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우루과이라운드협정비준에 필요한 표를 상원에서 아직 얻지
못하고 있다고 실토,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파네타실장은 UR협정이 하원에서 통과될 것은 확실하다고 말하면서
그러나 상원에서는 60표를 받아야하나 현재 3~5표가 모자란다고
밝혔다.

캔터대표도 봅 돌공화당원내총무가 몇가지 법적 문제점을 제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하면서 미행정부가 앞으로 더 노력해야 생산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현재 투표를 한다면 부결될 가능성이 높음을
인정했다.

클린턴대통령이 인도네시아에서 UR에 대한 초당적인 지지를 호소한데
이어 16일 알 고어부통령이 기자회견을 갖는등 미행정부전체가 UR의
의회통과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예측불허의 난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UR비준이 갑자기 난기류로 급선회한 이유는 지난 중간선거에서
정국을 장악한 공화당의 거물급의원들이 선뜻 지지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을 이끌고 있는 차기대통령후보 봅 돌 상원원내총무(캔자스)와
차기 상원외교위원장으로 거론되는 헬름스의원(노스캐롤라이나),차기
하원의장으로 유력한 뉴트 깅그리치의원(조지아)등이 그들이다.

특히 헬름스의원은 최근 클린턴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의미있는
청문회가 이뤄질수 있도록 내년초까지 표결을 연기해줄 것"을 요청,
연내 표결에 대한 반대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헬름스의원 이외에도 상원 군사위원장을 맡게될 스트롬 서몬트의원
(사우스캐롤라이나)과 레리 크레그의원(아이다호)등 강경보수파의원들은
돌 원내총무에게 의회표결을 내년으로 연기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UR비준에 대한 열쇠는 봅 돌 상원공화당원내총무가
쥐고 있다.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클 뿐만아니라 이번 UR표결은 96년 대통령선거
에서 공화당이 다시 대권을 탈취하는 전략과 무관하지 않아 돌의원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돌의원은 중간선거 이전까지만해도 UR을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압승을 거두자 지지입장에서 한발 후퇴,
조건을 내걸고 있다.

의회내에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UR협정이 미국의 국내법을 침해하지
않는지 여부를 조사,이보고서가 의회에 제출된 다음 투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사결과 WTO체재가 미국의 주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야
UR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돌의원의 주장대로 한다면 연내 의회의 비준투표는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얘기가 된다.

돌의원의 이러한 주장이 백악관에 공식 전달된 것은 아니다.

주변 측근을 통해 이러한 주장을 흘리면서 여론을 저울질하고 있다.

클린턴대통령과 일종의 파워게임을 하고 있다고 볼수 있다.

돌의원도 그러나 UR협정이 원래 공화당정권에서 추진된 만큼 명분없이
반대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있다.

UR이 올해 의회통과에 실패할 경우 불어닦칠 정치적 후유증이 반드시
클린턴대통령에게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역으로 공화당의 무책임한 당리당략과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공격한다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이룩한 전공도 사라질 위험이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UR비준이 갑자기 난기류를 보이는데는 이처럼 경제이슈보다는
미정계의 주도권싸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UR비준이 중간선거이후 클린턴의 정치적 리더쉽을 시험하는 첫무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이같은 파워게임을 염두에 두고 있다.

< 최완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