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매유통업계가 올해는 전에 볼수없이 서둘러 연말경기를 부추겨
보려는 시도를 일찌감치 시작하고 있다.

미국의 연말쇼핑은 전통적으로 추수감사절부터 시작되어 왔는데 지난해
부터 성급함을 보이던 미국의 소매유통업계사 올해들어서는 아예 10월중순
부터 크리스마스 세일을 시작해버렸다.

예년보다 한달이상을 앞당겨 서두르는 업계의 연말경기 진작노력은
밀워키를 중심으로 60여개의 백화점 체인을 갖고있는 칼슨 파리백화점이
테이프를끊음으로써 불이 당겨졌다.

크리스마스전야제라는 이름을 달아놓고 진행된 이들의 세일작전은
성탄기분을 내기에는 아직 이른데도 성탄과자등 군것질꺼리와 포장된
성탄선물이 즐비하게 놓여있어 기이하기까지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시카고의 일류백화점인 마샬필드에도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트리가
나타났고 호사스러운 장식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로스엔젤레스의 브로드웨이 스토어는 에스키모의 얼음집을 지어놓고
그속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진열해놓고있기도하다.

장난감 업계의 세일작전도 끈질기다.

대표적 장난감업체인 토이자러스는 10월중순부터 할인권이 붙은 구입권
책자를 전국적으로 뿌렸는데 5-10%의 할인혜택은 11월말까지만 유효하게
해놓았다.

일찍 찾아오는 고객을 우대함으로써 크리스마스및 연말경기분위기를
앞당겨 그만큼 매상을 늘이려는 작전이다.

토이자러스의 본을 따서 또다른 할인연쇄점인 K마트는 피자 연쇄점과
협력, 그곳을 찾는 고객에게 할인구입권을 뿌리는 중이다.

자기고객뿐 아니라 다른 곳의 쇼핑객까지도 잡아끌어 오려는 것이다.

우편판매업체들의 카달로그 발송은 전통적으로 일반 소매업계보다
빠른 편인데 일류백화점중의 하나인 불루밍데일도 벌써 두번째의
카달로그 발송을 끝내고 세번째를 준비중이다.

시어스 백화점들이 주로 들어있는 쇼핑몰 관리회사의 말을 빌리면
쇼핑센터들도 연말경기 시작을 일주일 정도 앞당길 계획이다.

대형소매점들이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는 꾸물댈 여유를 주지않고 소비자들을 끌어낼 심산이다.

그들은 경기가 아주 좋지 않는한 소비자들이 마지막까지 쇼핑을 미루는
것을 알고 아예 미리 방책을 세우는 것이다.

둘째는 소매상들끼리의 경쟁때문이다.

서로가 비슷비슷한 물건을 파는 참이라 일찍부터 서둘러 기선을 제압
하려는 전략적 고려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유통업계가 머리를 짜매고 생각해낸 이런 묘책들을
소비자들이 이미 꿰뚫어 보고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약을대로 약게된 소비자들은 견디는 만큼 상품값이
떨어져서 결국 백화점들이 헐값으로 처리를 해버린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백화점들이 펼쳐온 이제까지의 세일작전을 통해 교육받아
왔던 것이다.

10월31일의 할로윈경기가 아주 좋았기때문에 미국의 유통업계는 일단
연말경기 전망에 안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민감하게 경기를 반영하는 개학특수가 신통치
않았었다는 점때문에 안도만 하고있지는 못한 실정이다.

그래도 밀고 나아야 하는게 소매유통업계.일년내내 기다리던 연말장사
를 잘만하면 그해의 장사는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소매유통업계도 지금 전환기적 혼란의 와중에 빠져있다.

변화의 흐름을 바로 읽고 올바른 변신을 하지않을 경우 기다리는 것은
도태뿐이다.

94년 연말경기를 기다리는 미국의 소매유통업계는 흥분보다는 긴장감에
휩싸여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