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증시가 침체됐다고 해서 일본기업주식의 인기가 없어진 것은 결코
아닙니다. 외국시장에서의 일본주식거래는 오히려 늘고 있으니까요"
(손복조 대우증권 도쿄사무소장)

도쿄증시가 처해있는 심각한 형편은 해외증시를 살펴보면 더욱 뚜렷이
알수있다.

외국증시들이 도쿄증시에 비해 활기에 차있는 것은 물론 일본기업들의
주식마저 해외에선 활발히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우려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런던시장이다.

이거래소 외국주시장(SEAQ)의 일본주거래대금은 올상반기중 4백49억
파운드(약7조엔)에 달했다.

지난해 연간실적5백73억파운드의 약80%에 이르는 금액이다. 92년의
연간실적3백28억엔은 벌써 37%가량이나 넘어서 있다.

외국주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3.0%로 지난해보다 3.2%포인트나
상승했다. 미국주 거래비중 4.6%에 비해선 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상반기중 런던증시의 일본주거래금액은 같은기간 동경증권거래소
거래대금의 13.7%에 이른다.

90년의 5.5% 91년의 8.4% 지난해의 11.0%에 이어 상승일로를 질주하고
있다.

일본의 주가선물거래상품인 닛케이(일경)225선물을 취급하고 있는
싱가포르국제금융거래소(SIMEX)에서의 이상품 거래규모도 날로 팽창
하고 있다.

지난상반기의 거래는 금액기준 14억5천만엔에 달했다. 같은기간
오사카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된 금액의 49%에 이르는 수준이다.

SIMEX의 일경225선물은 지난91년 3억5천만엔에 불과했던 것이 92년
16억7천만엔 93년 25억8천만엔으로 늘어났다.

반면 지난91년 2백16억엔에 달했던 오사카증시의 일경225선물거래실적은
92년 1백19억엔 93년 84억엔 올상반기엔 29억5천만엔으로 각각 줄었다.

중국기업의 뉴욕증시상장도 일본증권계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8월 유력전력회사인 산동화능발전공사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주식을
공개한 것을 비롯 상해석유화공등 5개사도 지난해이래 외국인을 대상으로
발행한 ADR(예탁증권)을 뉴욕에 상장했다.

동경증시가 이같은 형편에 빠진 것은 무엇보다 과다한 규제에 원인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우선 일본에서는 여타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매매수수료와
유가증권거래세(매매대금의 3%)를 물지않으면 안된다.

이와관련 일본증권업협회는 증권거래세만 폐지해도 주가가 13%가량
상승할 것이란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외국기업의 상장을 어렵게 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내부가이드라인이란
것도 있다.

외국기업이 동증에 상장하기 위해선 순자산1천억엔이상 세전이익2백억엔
이상이란 어마어마한 내부가이드라인을 만족시켜야 한다.

규정상의 상장기준은 양부문모두 가이드라인의 10분의 1정도지만 투자자
보호란 명목으로 옥상옥을 만들어 상장의 길을 거의 봉쇄하고 있다.

뉴욕상장에 앞서 동증에도 상장을 타진했 산동화능발전이 던진 충격은
그래서 더욱 컸다.

뉴욕증시도 상장을 허용하는 기업을 왜동증은 거부해야 하는지 거센
논란마저 불러일으켰다. 선물거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본증권당국은 지난90년이후 주가가 하락국면을 보이자 선물거래에
대해 증거금률을 대폭 끌어올리는등 각종규제조치를 취해 이시장의
발전을 막는 결과를 초래했다.

일본의 향후대응과 관련 가장 좋은 예로 들수 있는 것은 지난 86년
영국이 취했던 증시개혁조치인 빅뱅 이다.

영국정부는 당시 영국주의 거래가 뉴욕으로 대거 유출되는등 시장공동화
의 위기에 직면하자 증권업자의 겸업(브로커.딜러)을 허용한 것을 비롯
증권거래세경감 매매시스템개혁 호가전면공개등 혁명적 규제완화조치를
취해 런던의 명성을 되찾은바 있다.

동경증시의 회생여부는 과연 일본판빅뱅 이 나올 수있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도쿄=이봉후 특파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