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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증시가 삐걱거린다. 주가는 한창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선에서 허우적대고 증권사들의 수지는 악화되고 있다.

공기업민영화를 위한 주식매각도 원활치 못하다. 이미 상장돼 있던
외국기업들은 잇달아 철수하고 있다.

세계3대시장으로서의 명성이 퇴색돼 가고있는 동경증시의 오늘을
시리즈로 점검한다.

< 편 집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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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상장된 JT(일본타바코산업)주가 동경증권가에 큰 충격을
던지고 있다. 주식매각이 실패한데 이어 가격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JT주는 87년2월의 NTT(일본전신전화)와 지난해10월의 JR동일본에 이어
3번째의 민영화기업주식으로 상장됐다.

이주식은 상장첫날 시초가가 1백19만엔을 기록한데 이어 종가가 1백10만
엔 주말엔 다시 1백6만엔으로 내려앉았다. 이틀만에 공모가 1백43만8천엔
에 비해 무려 26%이상(37만8천엔)이 하락한 것이다.

NTT나 JR동일본주식을 상장할 당시 사자가 물밀듯 쇄도하면서 주가가
하늘높이 치솟았던 것과는 극히 대조적이다. 뿐만아니라 JT주는 앞으로도
약세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증권전문가들은 이주식이 당분간 1백만엔선을 지지선으로 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선을 하향돌파할 가능성도 결코 적지 않다고 우려하고 있다.

청약당시 18대1이란 높은 경쟁률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인기를 한몸에
모았던 JT주가 이처럼 미운 오리새끼 로 전락한 것은 대량실권사태가
발생할 때부터 예견돼 오던 것이다.

대장성은 당초 JT의 총주식2백만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66만6천6백66주
를 기관투자가및 일반투자자들에 매각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반투자자들을 대상으로한 주식중 60%이상이 실권되는 등 39만
4천2백76주를 매각치 못했다.

무더기실권사태의 원인은 과열청약경쟁으로 매각가격이 너무 높게 형성
됐던 점에 있다.

과거 공기업주식은 큰 이득을 남겨줬다는 점을 의식한 투자자들의 매입
신청이 몰리면서 가격이 지나치게 솟아올랐던 것이다.

이주식의 공모가격은 증권전문가들이 자산가치나 수익가치 시장여건등을
따져 분석한 적정가격 80만~1백만엔을 훨씬 웃돈다.

대장성이 순자산가치등을 기초로 산출한 42만엔에 비해서는 1백만엔이상
이나 높다.

추첨을 통해 손해볼 사람을 뽑은 꼴이 된 JT주의 상장결과는 증권시장
에도 적지않은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일본정부로서는 사기만 하면 이익을 남긴다 던 민영화주식의 신화가
붕괴된 점이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NTT(일본전신전화)주나 JR동일본주상장때와는 달리 공기업주식도 손해를
볼 수있다는 사실이 입증돼 민영화기업주식에 대한 매입열기가 앞으로는
크게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공기업민영화란 중요한 정책이 시련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우선 JT주자체의 매각부터 차질이 생겼다.

대장성은 시장분위기악화등을 우려,이번에 팔지못한 39만여주를 당분간은
매각치 않기로 이미 결정해 놓고 있다.

내년초상장예정인 JR서일본주매각에도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운수성이나 JR서일본측은 "JT주와는 상관없이 당초 계획대로 민영화를
추진하고 싶다"고 밝히고 있으나 대장성측은 시장상황등을 고려 부정적인
입장이 강하다.

주식매각가격결정방법을 변경하는등의 조치를 취해 이번의 실패를 두번
다시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투자자및 증권업계의 지적을 의식하고 있다.

가격결정시스템을 바꾸게 될 경우는 여러가지 절차상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JR서일본주의 상장은 상당기간 연기될 수밖에 없다.

역시 내년으로 예정돼 있는 NTT주식의 4차매각도 JT주매각실패에 따른
파급영향을 받게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일본증시부진의 주요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증시이탈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킬 가능성도 지적된다.

주식투자에 넌더리를 내고 증시를 아예 외면해버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경우 그렇지않아도 기관투자가들만이 외롭게 떠받치고 있는 동경증시상황
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JT주사태를 계기로 대장성에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공모가결정시스템에까지 개입하는 등의 지나친 규제가 증시부진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80년대말 엄청난 위세를 자랑했던 동경증시의 호황은 벌써 먼 옛날의
얘기가 됐다.

[도쿄=이봉후 특파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