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레이시아 경제계를 뒤흔든 인물은 전직 언론인출신 아마드 세비로
꼽히고 있다.

전직 언론인이면서 시인 소설가이기도 한 그는 현재 어드벤스 시너지 Bhd.
(ASB)라는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그는 이회사를 통해 다른 회사들을 적극적으로 인수, 올해 말레이시아
최고의 기업인수왕으로 불리고 있다.

ASB의 주가가 주당 8.95말레이시아달러로 주당순이익의 2백60배에 달할
정도로 고가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그의 사업가적 수완과 정치적 영향력에
기인하고 있다는게 증권분석가들의 설명이다.

그는 사실 지난 87년만해도 국가보안법위반으로 실형을 살았던 사람이다.

체포될 당시의 직함은 말레이시아 여당인 통일말레이국가기구(UMNO)가
소유하고 있던 TV3의 전무이사였다.

그러나 불과 7년이 지난 지금 그는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가
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ASB를 통해 부동산회사인 에콘스테이트의 주식 30%를 사들였다.

에콘스테이트는 조만간 클랭 멀티 터미널사를 인수할 계획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 9월중순에는 섬유회사인 베르자야 사우스의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회사는 그의 친구가 소유하고 있었으나 지분 25%를 인수, 회사를 장악
했다.

그는 이회사의 주식을 주당 12말레이시아달러에 7백50만주 매입했으나
주가가 24말레이시아달러로 뛰는 바람에 떼부자가 됐다.

그는 베르자야 사우스를 인수하면서 회사이름을 프라임 유틸리티로 바꿨다.

프라임 유틸리티는 이미 정부로부터 63억말레이시아달러의 상하수도
프로젝트를 딴데다 워터 콘소티엄사도 인수할 계획이다.

세비는 또 지난 8월 신규 상장된 유나이티드 머천트 그룹(UMG)의 인수계획
을 발표해 재계를 놀라게 했다.

UMG가 퍼다나 머천트 뱅커스의 주식 70%와 반 힌 리 뱅크의 주식 41%를
매입하자마자 이같은 인수계획을 발표했다.

UMG의 인수를 위해서는 3억말레이시아달러의 자금을 대출이나 신주발행으로
조달해야 한다.

그러나 주당 3.2말레이시아달러였던 UMG의 주가가 현재 7.45말레이시아달러
로 급상승, 자금조달에는 문제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전문가들은 그가 한때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갖고 있으나 그래도 안면이
많은 정부관리들과의 친분관계로 기업활동에 적잖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언론계생활초기에 UMNO가 운영하는 뉴 스트레이트 타임지의 고위간부
로 편집에 간여했다.

당시 전재무상이던 툰 다임 자이누딘이 사장이었다는 것이다.

다임전재무상은 현재 정부의 경제자문역을 맡고 있다.

세비는 또 현 부총리인 다툭 세리 앤와 이브라임과 말레이시아대학을 함께
다녔다.

두사람은 재학당시 학생운동을 같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세비의 회사에 투자하는 것도 이러한 유착관계가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믿기 때문이라는게 다른 기업인들의 얘기다.

베르자야사가 퍼다나 머천트 뱅커스의 주식 20%를 ASB로 매각할때의
일이다.

주식을 대규모로 매각할때는 중앙은행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승인을 받기
까지에는 통상 오랜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이때는 승인신청을 하고 나서 24시간이내에 바로 승인결정이 내려
졌다는 것이다.

베르자야사중역은 이제까지 이같이 신속하게 중앙은행이 결정을 내린적이
없었다고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

개인적인 면에서 세비를 볼때 그는 매우 부드러운 측면을 갖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저명한 시인이요 소설가인데다 보스니아를 돕기 위해 음악회
를 주최하기도 했다.

또 올해초에는 고아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사립대학을 설립했다.

친구들이 그를 "두 얼굴의 사나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의 이같이 다양한
활동에서 연유한다고 볼수 있다.

< 최완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