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외환시장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들어 외환거래량이 급감
하면서 세계3대 환시중 하나라는 명성을 잃고 있다.

지난 90년까지만 해도 도쿄환시의 외환거래액은 런던및 뉴욕시장에 필적,
명실상부한 세계3대 시장중 하나로 꼽혔었다.

그러나 91년부터 거래액이 줄기 시작해 지금은 세계3대 외환시장의
일원이라는 평판이 무색할 지경이 됐다.

런던과 뉴욕의 세계2대 시장만 있을뿐,세계 3대시장이라는 용어는 이제
사라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런던.뉴욕시장과 도쿄시장간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

도쿄도 싱가포르와 홍콩시장과 마찬가지로 아시아의 한 로컬(지역)시장
에 불과하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도쿄환시의 위상약화는 외환거래량 급감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올상반기중 도쿄시장에서 거래된 외환규모는 하루평균 2백30억달러.
거래가 가장 많았던 지난 90년 10월 하루평균의 60%도 채안되는
규모이다.

하반기 들어서는 거래량이 더욱 줄어 지난 7-9월중 하루거래액은 2백억
달러로 떨어졌다. 특히 주거래통화인 달러와 엔거래액은 1백24억달러로
90년의 40%수준에 불과하다.

도쿄의 외환거래액은 지난 90년에 뉴욕과 엇비슷했다.

이후 거래감소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 92년에는 뉴욕의 67%로 줄어
들더니 최근에는 절반으로 뚝 떨어지고 말았다.

하루평균 2백억달러인 도쿄시장의 외환거래액은 세계최대 외환시장인
런던의 30%밖에 안된다.

도쿄환시거래액이 런던의 3분의 1,뉴욕의 2분의 1에 불과하자 "세계
3대 시장이란 용어는 이제 사라져야한다.

도쿄를 제외한 런던.뉴욕의 세계 2대시장만 존재할 뿐이다"는 자조섞인
평가가 일본금융계에서조차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도쿄환시의 위상이 이처럼 추락하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도쿄시장이
갖고있는 여러가지의 핸디캡탓이다.

도쿄시장의 핸디캡중 정부의 제약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일본정부는 외환시장을 장악할 목적으로 금융기관과 거래소에 대해
대형 고객의 외환거래동향을 반드시 보고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이 보고의무화규정은 일반 대기업체나 기관투자가의 외환거래를 위축
시키는 최대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투기성격이 강한 외환시장의 속성으로 볼때 보고의무화는 거래정보를
누출시키는 결과를 초래,투기거래업자들의 외환거래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런던및 뉴욕시장에 비해 중개수수료가 3-4배나 되는 점도 거래위축의
한 요인이다.

여기에다 다른 환시와는 달리 한낮의 휴식시간제도로 거래가 계속 연결
되지 않고 중간에 끊기는 거래시스템도 도쿄시장의 단점중 하나이다.

도쿄의 높은 부동산가격과 법인세 개인소득세는 거래업자들이 도쿄에서
홍콩이나 싱가포르등 주변 시장으로 빠져나가도록 부추키고 있다는 비판
을 받고 있다.

거래실적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는 구미외환딜러와는 달리 일본딜러는
샐러리맨에 불과한 고용관행도 도쿄시장의 발전을 가로막는 또다른
요소이다.

일본의 외환딜러들은 실적이 좋든 나쁘든 연공서열에 따라 월급을 받고
있어 환거래에 전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일본기업들은 또 미국이나 유럽기업들만큼 전문 딜러육성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도쿄시장이 런던과 뉴욕같은 국제환시의 1군이 되기는 커녕 홍콩이나
싱가포르같은 2군으로 전락될 위기에 놓이자 정부는 대책마련에 나섰다.

대장성은 거래중단시간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고 중개수수료 인하를
검토중이다.

거래업자와 금융기관으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는 거래동향에 대한
보고의무화규정도 대폭 완화하거나 폐지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일본에 있는 외국금융기관들은 일본정부가 제도를 개선한다 해도
도쿄시장이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일본정부와 금융업계가 금융시장에 대한 폐쇄적인 기질을 버리지
않는 한 도쿄는 런던이나 뉴욕같은 세계일류 외환시장이 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