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금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달초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총회에서 처음으로 나온후 유럽금융시장
에서 자금부족이라는 용어가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총회에서 자금부족기미가 감지되고 있다고 주장,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총회는 이에따라 G10(G7+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중앙은행총재들에게
세계자금상황을 조사하도록 위임했다.

금융가의 우려는 "아직 자금부족현상은 없다.

그렇지만 조짐은 어렴풋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제금리의 강한 오름세와 개도국의 활발한 기채활동은
자금부족사태가 머잖아 발생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고 말한다.

연초 3%대에 머물던 리보달러금리(3개월물기준)는 지금 6%에 육박하고
미재무부채권(30년만기)금리도 2년여만의 최고인 8%에 근접해 있다.

이같은 금리상승은 국제자금의 수급상황이 빡빡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제금리가 오르는 것은 기본적으로 미국과 유럽국가들이 정책금리를
잇달아 인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리상승 배경에는 자금수요급증이라는 또다른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개도국의 강한 자금수요는 금리상승의 숨겨진 진짜 요인이라는 평가이다.

레바논은 최근 유로시장에서 4억달러의 유로달러채를 기채했다.

남아공과 아르헨티나는 이달중에 5억달러를 이곳에서 조성할 계획이다.

우루과이 중국 파키스탄 모로코 폴란드 에스토니아 튀니지등도 연말까지
각각 수억달러의 자금을 유로금융시장에서 조달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아시아 중남미 중동등 거의 모든 개도국들은 사회간접자본시설확충을
위해 외자도입에 혈안이 돼있다.

동유럽과 구소련등 체제전환국들도 경제개혁을 위해 국제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점점 더 많이 끌어들이고 있는 중이다.

국제통화기금이나 민간전문가들은 오는 2000년까지 개도국과 체제전환국
의 공공자금수요가 5천억달러를 족히 넘을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다 설비확충과 사업확장을 꾀하고 있는 개도국 민간기업들의
자금수요도 이에 못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금수요(투자)증가에 맞춰 저축이 늘어난다면 자금부족사태는 발생하지
않는다.

문제는 자금줄인 선진국의 저축률이 낮아지고 있는등 전반적으로 국제
자금공급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는데 있다.

현재 미,일 유럽등 선진권의 국내총생산에 대한 저축률은 지난 80년대
말보다 2-3%포인트 낮다.

일본의 저축률은 80년대말의 35%에서 지금은 32%,유럽은 22%에서 20%로
떨어져 있다.

저축률하락과 함께 일본 독일 미국등 선진국의 자금사정도 여의치
않다.

일본은 연간 1천억달러이상의 엄청난 무역흑자를 올리고 있지만 앞으로
10년간 6조3천억달러의 공공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해외로 돌릴 자금이
넉넉치 않다.

독일은 앞으로 수년간 더 대동독투자에 집중해야 할 형편이어서 역시
국제자금을 공급할 힘이 거의 없다.

미국은 만성적인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때문에 국제자금줄의 역할을 수행
하기가 더더욱 쉽지 않다.

정부차원의 악화된 자금사정은 민간금융기관에 의해 어느정도 커버될수
있다.

지난 3년여동안의 세계경기침체로 국제자금수요가 많지 않았던 탓에
금융기관들의 자금사정은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금융기관들이 경기회복과 함께 급증하고 있는
국제자금수요를 완전히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일것으로 보고 있다.

이때문에 빠르면 1-2년안에 세계적인 자금부족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세계자금부족사태는 지난 80년대말과 90년초에 세계경제를 억눌렀다.

그후 세계경기가 침체되면서 지난 3년여동안 자금부족이니 크레딧크런치
(자금경색)이니 하는 말들이 금융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우려대로 내년이나 내후년에 자금부족현상이 발생하면 세계경제는 회복
되자마자 다시 침체하는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우려대로 자본부족사태가 발생할지는 현재로서는 확실치 않다.

몇달후 G10중앙은행총재단이 내놓을 평가보고서가 그 여부를 가려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