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하이테크업계에는 IBM AT&T(미전신전화) 모토로라등이 각각
애플컴퓨터의 매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각회사들이 소문과 관련된 답변을 회피하고 있어 실현여부를 알수는
없지만 이같은 얘기가 나돌고 있다는 사실자체가 애플컴퓨터의 어려운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애플의 장래가 불안하다는 사실은 그동안에도 간간히 거론돼왔다.

특히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PC업계의 한세미나에서는
분석가들의 토론의제로 "애플이 독립기업으로 생존할 수있는가"가
검토되기까지 했다.

일반적으로 회사의 경영상황등을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주식시장
에서도 그간의 사정이 비쳐졌다.

5일 뉴욕 월가에 모토로라 AT&T가 매수를 신청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애플주가는 12%상승,8일에는 IBM과 애플의 고위경영층이 양사간 제휴를
논의하고 있다는 한 신문보도에 애플주가는 다시 급상승하는 식이었다.

이후로도 애플주가는 완만하지만 상승세를 보였다.

독립기업인 애플에는 불신을 갖고 있던 투자자들이 파트너를 찾는 애플에
다시 눈길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각사들이 소문에 대한 확인을 거부하고 있음에도 소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은 "IBM등 대기업이 애플을 매수하는 것이 애플의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는 견해가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컴퓨터는 지난70년대후반이후 미국가정의 컴퓨터보급을 선도하면서
폭넓은 소비자를 확보해왔다.

그러나 애플은 최근들어 특히 미국시장에서 자리를 잃고 있다. 유력
조사기관인 데이타퀘스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중 애플의 시장점유율은
10.8%였다.

작년 같은기간의 13.0%에서 2.2%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시장규모가 약1백30만대나 확대되는 상황에서 시장점유율이 2.2%포인트나
하락했다는 것은 애플컴퓨터가 상당히"죽쑤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가장 많은 점유율을 차지한 것은 저가컴퓨터를 히트시키고 있는
컴팩컴퓨터(13.4%)였다.

애플은 지난3월부터 IBM 모토로라와 공동으로 개발한 마이크로프로세서
(MPU,소형연산처리장치)인 "파워PC"를 탑재한 PC를 발매하고 있다.

세계시장의 80%이상을 차지하는 인텔의 펜티엄에 대항하기 위해 개발된
신형MPU를 무기로,애플은 PC시장점유율 20%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올연말
까지 시장점유율이 떨어지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애플이 최근 매킨토시용의 운용소프트(OS)를 다른회사에 라이센스로
제공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도 이제까지의 경영전략이 대대적인 수술을
필요로 하는 잘못된 것이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원래 매킨토시용OS는 문자대신 그림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사용이 편리,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이를 참고로 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즈"가 등장하면서
애플의 매킨토시는 밀리기 시작했다.

애플은 뒤늦게 독자노선을 버리고 매킨토시용OS를 사용할 기업을 찾아
나서는 "맥패밀리(매킨토시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컴퓨터업체)"전략
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컴팩의 관계자는 "7-8년전이라면 매킨토시용OS가 의미있을지
몰라도 이제는 10%정도의 시장을 갖는 제품을 위해 어플리케이션
(응용제품)을 만들려는 회사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냉담한 반응이다.

한편 IBM은 올상반기중 미국시장점유율이 7.9%로 전년동기보다 4.3%
포인트나 떨어지는등 PC사업전체의 재고가 필요한 상황이다.

애플에 출자함으로써 한꺼번에 잃었던 PC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갖을만도 한 것이다.

PC시장에 진출해 얼마되지 않은 모토로라나 단말기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AT&T도 애플같은 유수의 컴퓨터업체를 손에 쥘 경우 이제까지의 추진
사업이 탄력을 얻을 수있다.

<박재림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