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반도체업계에 두가지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D램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업체들이 벌이는 치열한 선두경쟁과 MPU(소형
연산처리장치)를 둘러싼 인텔과 IBM등 대항업체들의 다툼이 그것이다.

D램경쟁은 양국업체들은 물론 국가간의 경쟁이란 양상을 띠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최초로 256MD램 시작품을 개발했다는 소식에 일본업체
들은 지난해 이미 기술개발을 끝낸 상태라는 주장을 펼쳤다.

전세계고객들을 대상으로 D램분야의 선두는 여전히 일본이란 항변하고
있지만 무서운 속도로 격차를 좁혀오는 한국업체들에 위기감을 드려내
보인 단면이다.

유력조사기관에 따르면 오는96년 양산단계의 첨단제품인 16MD램의
세계시장규모는 6억개가 약간 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때가 되면 일본전기(NEC)도시바 히타치등 일본6개사의 생산
능력이 4억개를 넘어서고 한국3사의 생산능력도 4억개에 육박하게
된다.

세계수급에서 약2억개의 과잉이 있게 되고 그만큼 양국업체들의
가격경쟁력확보는 가열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메모리분야를 버리고 MPU등 고부가가치의
분야에 집중한 미국업체들의 노선을 쫓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MPU등에서 미국업체들이 월등히 앞서가고 있으며 지금까지 쏟어붓은
투자자금등을 충분히 돌려받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노무라연구소의 관계자는 현재 상황으로는 96년이후 일본업체가
반도체부문에서는 적자를 면치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업계관계자는 "D램은 반도체의 최첨단기술을 결집한 것으로
이를 소홀히 하면 기술적인 열세를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일본업체들은 D램등 메모리전략과 투자에 따른 부담등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단계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현재까지 오로지 추격에만 신경쓰면 됐던 한국업체들은 예상되는
공급과잉에서도 수익을 올릴 수있는 체질개선을 염두에 둬야하는
입장으로 바꿨다.

더구나 최근에는 대만이란 또다른 후발주자도 따라붙고 있다.

대만에서는 정부주도로 D램개발.생산과 관련된 대형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대만경제부와 자국13개업체가 합작회사를 설립했으며 이미 16MD램의
생산기술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하나의 전쟁인 MPU경쟁은 같은 미국업체들간에 벌어지고 있지만
그 치열함은 D램경쟁이상이다.

이는 MPU란 제품이 컴퓨터제조단가는 물론 컴퓨터성능 응용소프트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중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우선 MPU중에서도 소형컴퓨터인 PC급에 들어가는 MPU는 인텔의
펜티엄이 세계시장의 80%정도를 장악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여왔다.

독점에 가까운 시장구조를 바꾸기 위해 야심작으로 만들어진 것이
IBM 모토로라 애플컴퓨터의 파워PC였다.

3사의 파워PC가 점유율을 서서히 넓혀가곤 있지만 아직은 한쪽 귀퉁이를
갉아먹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경쟁은 지난 6월 인텔과 휴렛팩커드(HP)가 차세대MPU를 공동개발하기로
제휴하면서 또다시 촉발되고 있다.

HP는 PA-RISC란 MPU를 갖고있는 회사로,인텔펜티엄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미약한 워크스테이션급에서의 양사의 시장지배력을 강화시켜 줄것이란
분석이다.

나아가 양사는 연간 수십억달러씩의 연구개발비를 필요로 하는 차세대MPU
의 개발경쟁에서도 비용을 분담하면서 업계를 선도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제 세계MPU시장은 인텔 HP가 수성하는 가운데 파워PC로 뭉친 3개회사
알파 의 디지털이큅먼트(DEC) SPARC의 선마이크로시스템 후지쓰등이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는 구도에서 경쟁의 강도를 한층 높여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현재 컴퓨터업계에는 다운사이징(컴퓨터의 소형화)과 오픈시스템
(서로 다른 기종을 네트워크로 연결,접속가능하게 함)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 PC시장을 쥐고 있는 인텔의 MPU가 간발의 우위는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재림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