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기법의 귀재, 합작회사의 모델.

미국 제록스사와 일본 후지필름의 합작회사 "후지제록스"사에 따라다니는
수식어들이다.

미국 제록스사를 모체로 탄생한 일본 합작법인인 후지제록스가 모회사격인
제록스를 능가하는 경영수완을 발휘하면서 청출어람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데서 비롯된 별칭이다.

지난 70,80년대에는 탄탄한 벤치마킹과 종합품질관리(TQM)기법으로 제록스
본사를 침몰의 위기에서 구해내는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이때문에 컨설턴트들 사이에서는 "이러다간 후지제록스가 거꾸로 제록스를
매입하겠다"는 농담이 유행할 정도였다.

후지제록스가 이처럼 설립 32년만에 모기업을 추월하는 초고속 성장을 할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독자적"인 경영전략이다.

대부분의 합작회사들이 모기업의 그늘속에서 안주하고 있는 사이에 후지
제록스는 시대흐름에 맞는 새경영전략을 앞세워 제록스의 구태의연한 경영
정책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저가시장 공략.

후지제록스는 70년대 들어서면서 기존복사기보다 낮은 가격대의 소형
복사기를 개발, 직접판매를 통해 복사기 시장을 잠식해 들어갔다.

전통적으로 고가시장을 타깃으로 한 높은 마진과 리스정책을 취해온 제록스
입장에서는 달가울리 없었다.

제록스는 저가제품개발을 위한 R&D(연구개발)를 즉각 중단하고 직접 판매를
리스로 돌리도록 후지제록스측에 압력을 넣기 시작했다.

그러나 후지제록스는 저가판매정책을 꺾지 않고 밀고 나갔다.

70년대초 제록스의 복사기술 특허 시효가 만료되면서 리코사를 필두로
한 일본업체들의 복사기시장진출이 후지제록스의 목을 죄어오고 있는 상황
에서 구태의연한 고가의 리스정책이 더이상 먹혀들어가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당시 리코사의 공격으로 악전고투하던 후지제록스는 저가정책에 그치지
않고 품질관리프로그램까지 도입하고 나섰다.

불량품 반감캠페인을 벌이고 하도급업체수도 줄여나갔다.

결과는 대승이었다.

후지제록스는 뛰어난 경영실적을 올린 회사에 주어지는 "데밍프라이즈"까지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렇게 되자 사태는 역전됐다.

후지제록스의 저가정책을 포기하도록 종용하던 제록스사가 거꾸로 후지
제록스의 저가전략과 품질관리프로그램을 역수입하기 시작했다.

제록스는 이같은 후지제록스의 "경영지도"덕분에 리코등 일본의 경쟁사들을
따라잡고 복사기의 대명사라는 명성을 되찾을수 있었다.

후지제록스의 반기로 금이 갔던 모.자간 정도 경영수업을 주고 받은 동안
돈독해졌다.

80년대들어서 양사는 연구, 제품개발, 생산등 전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갔다.

양사간 인사교류도 과거 어느때보다 활발히 이뤄졌다.

그러나 제록스사가 최근 각 지역의 합작회사들에 대한 통제의 고삐를
죄면서 양사간 긴장이 다시 팽팽해지고 있다.

제록스사는 각 지역 합작회사들의 영업지역을 지리적 위치에 따라 분할,
후지제록스의 판매영역을 아.태지역으로 축소해 버렸다.

북미와 유럽시장에서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후지제록스가 불만을
터뜨리는 것은 당연하다.

후지제록스의 전략기획이사인 아리마 도시오씨는 "국경없는 세계경쟁시대
에서 이같은 지리적 영업분할은 오히려 기업을 망치는 행위"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후지제록스는 그러나 제록스의 처사에 대해 정면반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특유의 경영테크닉을 발휘해 영업무대 축소라는 난관을 해결해가고 있다.

후지제록스는 미국 제록스와 제록스의 유럽 현지 합작법인 랭크제록스의
북미및 유럽판매망에 자사 직원을 파견, 그동안 확보해놓은 세계 각국의
고객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영업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아리마씨는 "현지생산기지 전략을 어떻게 수정해야할지등 문제가 산적해
있다"면서도 "어려운 문제에 부딪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조금씩 해결해
가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합작회사라는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면서
상호 보완관계를 유지하는것이 후지제록스를 합작회사의 전형으로 올려놓은
비결인 셈이다.

<노혜령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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