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해운의 안옥중 로테르담 지사장은 "8피트 짜리 컨테이너를 유럽에서
부산까지 수송하는 운임(5백달러)과 이를 부산에서 서울까지 옮기는 경비
(40만원)가 같게 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수출업체들의 열악한 국제경쟁력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이런 엄연한 사실을 놓고 보면 우리나라 경쟁력을 낮게 평가한 국제경영
개발연구원(IMD)의 최근 보고서가 잘됐느니 못됐느니 하는 논의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한국무역협회 조사에 의하면 늘어나는 물류비로 우리나라 수출업체들의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물류비 부담률이 91년 14.7%이던 것이 93년에는
16.1%로 늘어났다.

일본(11%) 미국(7%)수출기업들과 비교하면 안쓰러울 정도다.

우리업체들의 물류비용이 중요한 문제로 부각 될수록 네덜란드가
이룩한 선진물류체계는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가 일본을 방파제로 태평양을 내다보면서 아시아라는 거대한
대륙을 등에 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네덜란드도 영국을 내다보며
유럽대륙을 뒤로하고 있다.

화물의 흐름상 거쳐가지 않을 수 없는 유리한 위치에 놓인 셈.네덜란드는
이를 국부증진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
다르다.

"유럽의 관문(Gateway to Europe)" 네덜란드인들이 로테르담항구를 두고
부르는 소리다.

라인강이 북해로 흘러드는 하구 물줄기 30 를 따라 건설된 유럽 최대의
항구 로테르담은 네덜란드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로테르담을 중심으로 5백km반경의 원을 그리면 총인구 3억2천만명에
달하는 유럽공동체(EU)인구의 반인 1억6천만명이 이 원안에 들어오게 된다.

유럽 어느지역이고 라인강줄기와 운하등을 통해 연결되지 않은 곳이
없을뿐 아니라 철도 도로 항공로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로테르담을 통해 처리되는 연간 2억8천만t의 화물중 약 60%가 다른 유럽
및 기타 지역으로 환적되고 있다.

이곳을 통해 들어오고 나가는 곡물량도 연간 2천5백만t에 이른다.

이는 서유럽 곡물량의 80%에 해당한다.

런던금속교환소 보세 재고품의 80%가 로테르담에 보관되고 있을 뿐아니라
향신료 무역의 50%가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각종 전용 컨테이너 부두가 22 에 이르는 삼각주 양안에 건설되어 있어
수송품목에 따라 전용부두에서 따로따로 하역 처리됨으로써 정체에 따른
경비를 최대한 줄일수 있다.

3천3백50만t의 보세저장 탱크를 위시해 2백50만 에 이르는 창고공간,냉동
저장시설(45만입방미터),사이로(65만입방미터),건조 벌크 화물저장소(1천
5백만t)등 지원시설로 완비되어 있다.

그러나 21세기를 여는 로테르담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로테르담 항만관리이사회 빌렘 숄텐 회장은 "2010년까지 북해를 면하고
있는 80ha의 개펄을 새로이 매립,각종 전용 컨테이너 부두를 확장하려는
계획이 수립되어 이미 추진되고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럽 어디든 하루만에 배달할수 있는 물류체계와 완비된 항만시설
투자가 로테르담을 "유럽의 관문"으로 정착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로테르담의
진정한 힘은 검소하고 근면하게 자기개발을 멈추지 않는 네덜란드인들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네덜란드를 아는 사람들의 지적이다.

"금융 회계 법률등 화물수송과 관련한 서비스를 받아 보면 네덜란드인
들이 얼마나 친절하고 성실하게 일을 처리해 주는지 알수 있습니다.

유럽을 누비는 트럭운전사 두사람중 한사람은 네덜란드인입니다.

그러나 불어밖에 못하는 프랑스 운전사나 독어밖에 못하는 독일 운전사
보다 독.불어를 모두 할줄 아는 네덜란드운전사를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최규중 현대상선 로테르담 지사장) 우리도 부산이나 선봉.
라진을 "동북아시아의 관문"으로 만들려면 해야할 일이 정말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 양봉진 부장 >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