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신문 -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 공동기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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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일본의 경영과제와 기업재생의 조건"에 관해 노무라종합연구소
증권조사본부 부본부장인 하야노 도시히토이사가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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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기업은 현재 극복해야할 4가지과제를 안고 있다.

자산가치의 하락, 성숙경제로의 이행에 따른 수급의 격차, 급격한
엔고로 인한 생산.경쟁기반의 약화, 헤이세이불황을 거치면서 찾아오는
산업구조의 대전환이 그것이다.

지난 89년이후 토지 주식등 자산가치의 하락은 한해 국민총생산(GNP)의
두배에 달했다.

성숙사회로 옮겨가면서 생긴 대폭적인 수급격차는 확대일변도의 기업경영에
수정을 강요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 나타나는 공동생산움직임이 한 예가 된다.

엔고는"가격파괴"를 유발하고 유통관행을 변화시키는등 일본적경영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산업구조의 전환은 정보화사회란 목표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본기업은 도전극복을 위해 다양한 리스트럭처링을 하고 있으며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업제도에 관한 국가시책의 재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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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가지 경영과제 >>>

일본기업은 현재 4가지의 도전을 받고 있다.

첫째는 토지와 주식가격의 하락에 의한 "자산가치의 위협"이다.

둘째는 성숙경제로의 이행에 따라 큰폭의 "수급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는
점이다.

셋째로 급격한 엔고의 진행으로 "생산기반과 경쟁기반의 약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최근의 헤이세이(평성)불황으로 "산업구조의 대전환"에
직면하게 됐다는 것이다.

첫째 자산가치의 하락을 보자.

거시경제적으로 89년말부터 현재까지 토지.주식가격의 하락에 의한 자산
가치의 하락은 총1천조엔을 넘고 있다.

이것은 일본의 연간국민총생산(GNP)의 약2배에 달하는 규모이며 일본국부
(총자산)의 약14%에 해당된다.

이것은 제2차대전으로 일본이 입은 경제적 피해와 거의 맞먹는 정도의
충격이다.

2차대전으로 생긴 일본의 경제적피해는 당시 추산으로 4백96억7천만엔에
달했으며 이는 당시 국부의 14~15%에 상당했던 것이다.

자산가치하락의 후유증은 금융기관이 불량자산(공식발표로는 13조6천만엔,
추산으로 30~35조엔)을 처리하는 어려움만이 아니라 일본기업의 기반을
흔드는 문제이기도 하다.

전후 일본의 기업경영은 일관되게 고성장노선을 걸어왔다.

성장의 원천으로서 자기자금은 태부족한 상태였기 때문에 외부자금, 특히
은행대출에 대해 높은 의존을 보여왔다.

또 투자행동에 있어서는 경기가 불황국면에 있을때도 항시 확대노선을
견지해 왔다.

이같은 기업활동의 배경에는 "토지와 주식의 여유"라고 하는 존재가
있었고 이것이 기업경영의 안전판구실을 했던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성장중에 주거래은행제도나 주식을 나눠갖는 제도가 확립되고 그결과로
"주식권의 공동화"가 초래됐다.

그러나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일본기업들은 토지담보경영에서 경영력담보
의 경영으로 전환을 요구받고 있으며 동시에 진정한 "Corperate
Governance"의 확립을 필요로 하고 있다.

둘째 성숙경제로의 이행에 따른 수급차이의 극복이 중요해졌다.

일본의 경제발전과정을 돌이켜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지적할 수 있다.

바로 "20년마다 성장률이 반감한다"는 법칙이다.

실질GNP의 평균성장률은 55~75년의 9%에서 75~95년동안 추산으로 4.3%
였으며 95년부터 2015년까지는 2.5%전후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경제는 성장속에서도 큰폭의 수급차이가 발생, 기업들은 근본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고도성장의 상징이었던 철강 자동차 전기등을 중심으로 경영구조의 대변혁
이 시작되고 있다.

예를들어 철강업에서는 신일철이 제3차(94~96년) 제4차(97~99년)의 중기
계획을 통해 생산구조나 노무관행을 개선, 모두 5천5백억엔의 코스트삭감을
추진한다.

동시에 경영방식도 개선해 품종별수익관리와 캐시플로우(Cash Flow)경영의
확립에 도전한다.

또 자동차업계는 <>이스즈자동차가 승용차생산을 포기하고 <>닛산자동차는
자마공장의 폐쇄를 결정했으며 <>혼다자동차는 이스즈와, 후지중공업은
스즈키와 공동생산구상을 구체화하는등 단일기업이 생산을 전담하면서 확대
일변도를 걸어왔던 경영전략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셋째 급격한 엔고에 의해 일본의 생산기반과 경쟁력기반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73년 변동환율제이후 과거3회에 걸친 급등(73년 77~78년 86~87년)의 경우
현실적인 엔화환율이 수출물가기준의 구매력평가에 근접해지면 그후 가치는
반전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수출물가기준의 구매력평가(1백15엔정도)를 상회해도
반락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상승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기업의 생산기반 국제경쟁력이 근본적인 재조정을 강요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의 엔고는 두가지 의미에서 일본기업의 경쟁기반을 흔들고 있다.

하나는 국내외물가의 격차를 좁히면서 국내시장에서 "가격파괴"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입품의 위협은 지금에 와서는 소재분야에 그치지않고 소비재(의류 식품
맥주 청량음료 필름등)나 내구재(가전제품등)그리고 서비스분야(항공운임
해외여행패키지등)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수입품의 위협은 가격파괴를 넘어서 거래형태나 유통관행등 일본적경영의
변혁을 강요하는 수준에 달했다.

셋째로 엔고가 몰고온 충격은 임금코스트의 상승에 따라 생산기지로서
일본의 지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제조업의 시간당 임금은 92년말현재 미일이 모두 16달러를 조금 넘어 처음
으로 균형수준에 도달했다.

따라서 93,94년에 진행된 엔고는 역사상 처음으로 일본의 임금수준을 세계
최고로 올려놓았다.

이로인해 샤프사의 내부자료에 따르면 세계34개주요국가의 공장근로자임금
은 1달러=1백7엔을 기준으로 일본을 100으로 볼때 미국 69 영국 34 프랑스
47 태국 4.4 말레이시아 5.1로 파악됐다.

엔고에 따른 임금코스트의 상승은 일본의 국제수지구조나 생산구조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예를들어 93년 경상수지의 내용을 보면 전후 처음으로 대동남아시아흑자액
(5백60억달러)이 대미흑자(5백억달러)를 상회했다.

생산구조도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일본기계수출조합의 앙케트조사(대상1백44개사)에 따르면 94년도 국내
생산액이 21.5조엔인데 비해 해외생산액 10.7조엔중 아시아생산액은
4.6조엔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의 엔고는 단지 해외생산에 의한 수출대체에 멈추지 않고 역수입을
포함, 국내생산까지를 대체시키고 있는 것도 커다란 특징이다.

극단적인 사례가 일본의 컬러TV수출과 수입이 93년에 역전된 것이다.

또 이번 경기후퇴가 시작된 91년 1.4분기를 100으로 했을 때 94년도
2.4분기중 국내최종수요가 91에 그치고 있는데 반해 수입은 140으로 확대
되고 있는 것만 봐도 이같은 사실은 확연히 나타난다.

주요산업에 있어서 생산력의 아시아이전도 주목된다.

92년부터 93년에 걸쳐 공업국을 상징하는 조강생산과 에틸렌생산은
동아시아(한국 중국 대만의 합계)의 생산량이 모두 일본을 상회하는 획기적
인 변화를 보였다.

넷째 과제는 "산업구조의 전환"에 있다.

산업구조는 크게 2가지 조류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하나는 성장산업의 주역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현재 일본은 "공업사회에서 정보기기의 대중화를 축으로 하는 정보화사회로
"의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전후 40년 일본경제의 발전은 자동차의 대중화가 리드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산업은 철강 화학 섬유 고무 유리등의 소재산업을 기초로, 전기
공작기계 산업기계로 대표되는 자본재산업이 충분히 발달한 공업선진국에서
성립할수 있는 진정한 종합조립산업이다.

동시에 자동차산업은 국민소득의 향상과 도로망의 정비등 사회적 인프라의
건설없이는 불가능하다.

자동차산업이 "산업문명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것은 바로 이런 때문이다.

그러나 모터리제이션(Motorization)의 성숙(93년말 일본의 자동차보유대
수는 6천1백만대)에 따라 경제발전의 견인역으로서 자동차산업의 지위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그 자리를 물려받고 있는 것이 정보산업이다.

일본 우정성의 추계에 따르면 멀티미디어를 축으로 하는 정보산업(정보
서비스 정보단말기기 정보통신네트워크의 합계)의 시장규모는 2010년에
1백23조엔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현재의 자동차산업(40조엔)전기 통신산업(27조엔)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두번째의 조류변화는 산업발전의 원동력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프트혁명은 다시 두가지 형태를 갖고 있다.

우선은 이용기술 자체와 관련된 것으로 모터리제이션에 따른 자동차교습소
자동차보험 자동차정비등 정보화사회에 따른 정보처리 게임소프트 비디오
대여 오락실등이다.

다음은 이용기술로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면서 생기는 뉴비즈니스와
관련된 것으로 모터리제이션에서는 로드사이드체인점이 나타나는 식이 되고
정보기술과 시스템기술을 응용해서 편의점 경비산업 택배산업 소비자금융등
새로운 시스템산업이 성립하는 식이다.

<<< 일본기업재생의 조건 >>>

이상 살펴본 4가지과제는 일본의 경쟁기반을 뒤흔드는 것만이 아니라 수익
구조의 혁신과 경영구조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헤이세이불황을 벗어나 일본기업이 재생하는 조건은 무엇보다 우선 수익
구조의 혁신이며 리스트럭처링의 추진이다.

리스트럭처링에는 3단계가 있다.

첫째 리스트럭처링은 손익계산서를 다시 쓰는 것이다.

여기에서 목표는 손익분기점의 수준을 낮춰 수익회복의 기반을 정비하는
일이다.

수익균형은 기업존속의 절대적조건이기 때문이다.

VA(Value analysis), VE(Value engineering)활동에 의한 변동비용의 삭감은
기본이고 인건비나 상각비로 대표되는 고정비용의 삭감도 중요하다.

이점에서는 도요타 후지쓰 오키(충)전기 리코등이 대폭적인 코스트구조의
개선에 성공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전체는 1백점 만점에 70점정도의 단계에 와있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리스트럭처링은 밸런스시트(Balance Sheet)의 개선이다.

버블경제속에서 비대해진 4가지 과잉투자를 슬림화하는 것이다.

즉 사업다각화투자 해외투자 재테크투자 그리고 과잉생산체제(설비및
인원)의 근본적인 재고를 거쳐야 한다.

밸런스시트의 개선은 급피치로 진행되고 있다.

다각화의 정리(가네보 저팬에너지 미네베아등) 해외투자의 개선(대일본잉크
시미즈건설 쿠보타등) 재테크의 축소나 포기(종합상사에 의한 펀드 금융
자회사등의 정리) 그리고 과잉설비나 인원의 정리(철강 화학 자동차 전기
등)이다.

다만 일본기업전체의 진전도는 어림잡아 볼때 50점정도로 보여 아직
합격점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위의 두가지 리스트럭처링이 일본기업재생의 필요조건이라고 한다면
제3의 리스트럭처링, 즉 경영구조의 개선은 일본기업부활의 충분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제3의 리스트럭처링은 경영자의 강력한 리더십에 의해 가능해진다.

<>성장경제에서 성숙경제로 <>생산활동을 위한 것보다는 소비를 촉진시키는
상품개발우선으로 <>수출주도에서 글로벌전개로 그리고 <>정보기술의
고도화로 인해 경영환경의 변화읓 심하게 일고 있다.

현재 일본의 경영자에게 요구되고 있는 것은 경영환경의 변화 가운데
''성장패러다임의 전환''을 추진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후 일본경제를 지배해 왔던 5가지의 상식에 도전하지
않으면 안된다.

첫째는 사업전개에 있어서 종합주의를 탈피, 분권관리에 철저해져야 한다.

둘째는 수익/투자관리에 있어서 수익중시에서 캐시플로중시로의 전환과
연결결산을 중시하는 것이다.

셋째는 수익의 원천으로서 규모의 메리트대신 경영의 스피드를 중시해야
하며 네째 경영자원의 조달에 있어 스스로 하기 보다는 외부자원의 효과적
인 이용을 꾀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인사정책에 있어서 연공중시형의 임금및
제너럴리스트지향을 피하고 실적형 임금과 프로패셔널지향으로 전환하는
일이 필요하다.

경영의 리스트럭처링에 있어서 궁극적인 목표는 자본효율을 높이고 시장
경제의 평가를 견디어낼 수 있는 우량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전후최고의 주주자본비율과 전후최저의 주주자본이익율(ROE)
이라고 하는 버블시대가 낳은 모순을 해소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기업노력은 물론이고 회사제도(지주회사제도의 부활) 회계
제도(단독결산주의에서 탈피) 납세제도(연결납세제도의 도입) 등 기업제도
에 관한 국가시책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