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의 발상지인 중국이 양약의 황금시장으로 떠오르면서 중국시장을
공략하려는 서방제약회사들의 발길이 바빠지고 있다. "싸구려"중국약에
싫증난 중국인들을 양약의 고객으로 돌려놓기만 하면 거대한 시장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현재 서방 제약업체들의 중국 지역 판매는 연간 2억달러. 그러나 미국
제약협회(PMA)는 중국의 서방의약품에 대한 잠재구매력이 연간 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런던에서 발행되는 의약전문지 스크리프
리포트지는 중국의 서방의약품 시장이 매년 팽창을 거듭해 오는 2천년에는
1백91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PMA관계자는 "최소한 중국 정부로부터 약값을 지원받는 건강보험 가입자
2억여명은 양약의 확실한 단골고객이 될 수 있다"며"중국약보다 5-10배나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가입자와 경제특구의 신흥 중산층들사이
에서는 양약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진출 12년째를 맞는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사는 최근 상하이
현지 합작법인인 시노아메리칸 상하이 스퀴브(SASS)사의 시설을 확장,
심장병 치료약인 "카포텐"의 생산라인을 2배로 늘렸다.

7백5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SASS는 중국 15개 도시에 판매망까지
갖추고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SASS는 또 차세대 심장혈관질환 억제제
인 "모노프릴"의 신규생산을 위해 1천7백억달러를 추가로 투자, 생산설비를
확장하고 있다.

업존과 칼라마주사도 투자개방바람을 타고 중국의 제약시장 쟁탈전에 뛰어
들고 있다. 업존사는 상하이 서부 소주 자치성이 계획중인 제약회사
설립에 75%의 자본을 출자키로 했으며 칼라마주사도 3천만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멀크사는 중국시장에 파고들기 위한 획기적인 홍보전략으로 유행성 B형
간염 백신의 제조특허를 로얄티 없이 중국에 제공하는 선심을 쓰기도 했다.
또존슨&존슨이 중국업체와 합작 설립한 지앙-얀센사도 판매호조에 힘입어
설립4년만에 중국최대의 제약회사로 성장했다.

물론 중국시장 진출이 손쉬운 것만은 아니다. 가장 큰 부담은 싸구려
복제품으로 인한 타격. 제약회사들에게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는"지적재산권"
이 중국에서는 휴지조각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서방의약회사의 유명상표
를 도용,유럽이나 아시아,남미등지로 되파는 행위까지 서슴지 않을 정도다.

미국 인디아나폴리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일라이 릴리사가 바로 이같은
우려로 중국진출을 주저하고 있는 케이스. 일라이 릴리사는 중국 진출에
앞서 정부 당국에 3개 의약품에 대한 특허권 보호신청을 내놓고 있는
상태이다.

천진에 현지 합작회사를 갖고 있는 스미스클라인 비첨사도 투자확대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중국,홍콩,한국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피터 후앙부사장
은 "몇년간 중국시장의 동향을 봐가면서 투자 확대 여부를 신중히 결정
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GATT가입과 지적재산권
협상진전등을 통해 중국의 기업환경이 개선되리라고 믿고 있다.

서방 제약사들이 특허권침해를 감수해가면서 중국으로 밀려드는 이유도
"위험"보다는 "장미빛 유혹"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노혜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