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아시아정책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무력을 배경으로 한
이데올로기싸움의 종주국에서 자국의 경제적 실익을 최우선하는 쪽으로
외교정책의 근간을 뒤바꾸고 있다.

구소련이란 자유주의진영의 공동의 적이 사라진 마당에 더이상의 정치
논리는 설득력이 없으며 이제는 경제논리가 우선한다는 판단인 것이다.

미국은 이미 세계안보에 대한 짐을 독일 일본등과 나눔으로써 그 여력을
자국기업들의 시장확대를 위한 협상에 쏟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무한한 경제성장 잠재력을 갖고 21세기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는 아시아
지역에 대한 미국의 시각변화는 특히 두드러지고 있다.

대만과의 통상관계확대,중국과의 포괄적인 무역협정체결 그리고 베트남
에 대한 금수조치해제등 이지역경제에 더욱 깊숙히 발을 들여놓기 위한
행보가 올들어서면서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미 국무부의 고위관리는 7일 "미국은 기존의 대대만정책을 대폭 전환,
상호 통상관계를 격상시키기로 했다"며 "대만의 국제연합(UN)가입은
지지하지 않지만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아.태경제협력체(APEC),
아시아개발은행(ADB)등 국제기구에서 대만의 입장이 개진될수 있는
기회를 적극 모색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미국은 대만과 기술, 무역및 경제현안에 대한 고위급회담을
사안별로 개최하는등 비공식 접촉을 확대할 것이라고 이관리는 전했다.

국무부의 발표에 맞춰 워싱턴의 대만대표부격인 "북미문제조정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두나라 관계의 실제성격을 반영토록 "주미타이페이 경제문화
대표부"로 명칭을 바꾸기로했다고 말했다.

대만에 대한 미국의 이같은 시각전환은 양측이 외교관계를 단절한 이후
15년만에 취해진 가장 획기적인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하나의 중국정책을 견지한다는 입장표명에도 불구, 사실상 두개의 중국을
인정해왔던 기존정책을 유지하면서도 경제적이익만은 최대한뽑아 내겠다는
의도가 엿보이고 있다.

단교이후 대만은 미국의 5대교역국으로 부상할정도로 꾸준히 이어져왔던
양국의 통상관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더욱이 일부에서는
대만과의 완전한 국교정상화까지도 촉구하고 있는 형편이다.

미.대만 양국간 관계개선의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중국과는 지난달말 론
브라운 상무장관을 파견, 두나라간 무역및 투자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포괄적인통상협정에 서명한 바있다.

지난 5월말 대중 무역상의 최혜국대우(MFN)연장시 인권과 통상문제를
연계시키지 않겠다는 클린턴행정부의 입장을 확고히 한 셈이다.

인권문제는 물론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개혁.개방노선을 지원함으로써
자연스레 해결될수 있다는 판단이지만 이보다 앞서 12억인구의 거대시장을
명분때문에 잃을수 없다는 절박함이 협정체결의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경제우선논리는 대베트남정책에서도 보여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
2월대베트남 금수조치를 해제했다. 지난 19년에 걸쳐 유지해왔던 베트남에
대한냉전적 시각을 떨쳐버린 것이다.

직접적인 무력대결에서는 패배란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지만 이를 경제
전쟁이란 또한번의 승부에서 만회한다는 자세로 탈냉전, 경제우선 시각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아시아정책변화와 함께 이를 촉구해왔던 미민간기업들의 이지역
진출공세는 이미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

중국과 포괄적인 무역협정을 체결하면서 50억달러 규모이상의 프로젝트를
따냈는가하면 자동차 식품등 주요산업부문의 진출도 러시를 이루고 있다.

베트남에 대해서도 기존 투자국들을 따라잡기 위해 대규모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핵처리문제로 긴장감이 늦춰지지 않고 있는 한반도에서도 이같은 상황은
마찬가지로 한국에 진출해있는 미국의 대형기업들은 벌써부터 북한진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이인삼각을 이뤄 경제적 실익을 최대한 챙겨나가고 있는
미클린턴행정부의 시각변화가 국경없는 경제전쟁시대의 생존과 발전
전략으로 새로이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김재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