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는 천당, 땅에는 소항. 중국인들은 마르코폴로가 소주와 항주를
두고 그 아름다움을 표현했다는 이 귀절을 소중히 여긴다. 그 항주에
최고급 호텔 샹그리라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언덕배기의 아름다운 숲속에 파묻혀 있는 샹그리라는 제철을 만난 연꽃이
가득 들어찬 서호와 어우러져 그야말로 한폭의 그림을 그려내고 있었다.
최고급호텔이 지녀야할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바로 그 호텔에서 끝마무리가 제대로 안돼 주둥이가 삐뚤삐뚤한 유리컵을
발견한다는 것은 "파격"그 자체였다. 한 두개만 그런것이 아니었다.
유심히 보면 균일한 선의 주둥이를 가진 컵은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된다.

삐뚤삐뚤한 주둥이를 가진 컵은 샹그리라에서만 본것이 아니다. 천진과
북경의 고급식당에서도 보았다.

"그것이 중국입니다. 끝마무리까지는 아직 신경을 못쓰는 것이 중국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끝마무리에서 일본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처럼
중국도 한국의 끝마무리수준을 아직까지는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배급
체제의 사회에서 끝마무리는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신경쓸 필요도 없었습
니다. 사용하는데 필요한 내용만 갖추고 있으면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고 중국인들도 소비자의 구매를 충동할 포장이나
끝마무리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삼성물산 상해사무소 전춘광과장의 말이다.

중국은 기술대국이다. 1954년 이미 제트기를 시험제작했으며 레이저광선
개발(60년) 원폭실험성공(64년) 20만배 대형현미경완성(65년) 핵탄두
미사일 제조(66년) 수폭실험성공(67년),그리고 1970년에는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사람들이다. 다만 중국이 뒤진것은 그 기술을 생산으로 연결
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기술뿐 아니다. 중국노동의 질은 가히 놀라운 수준이라는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서안 진시황 무덤에서 2000여년 동안이나 잠자던 돌로 만든 말과 마차
그리고 병정들이야 말로 중국인들이 지닌 정교한 손재주를 웅변적으로
대변한다.

중국은 소비시장이기 이전에 이제 세계의 생산기지가 되고있다.
끝마무리를 중요시하는 기라성 같은 외국업체들이 물밀듯 들어와 성업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피에르 카르댕,니나리치가 한국에서만 생산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중국에서도 그 제품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습니다"정상기
외무부중국과장의 말이다.

우리는 사실상 중국제와 경쟁을 하고있는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만들어진
미국제품 일본제품과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중국이 끝마무리를 제대로 할수 있게될때 우리제품의 설 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것은 움직일수 없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