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상은 따뜻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러나 수교이후 중국인들과 부딪쳐 오면서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않게
쌓여온것도 사실이다. 중국에서 들을수 있는 부정적인 표현들을 모아 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중국인들은 한국사람들을 말죽거리의 졸부정도로 밖에 보지않는다.
우리를 화교,선진국사람들에 이어 3등석 손님정도로밖에 여기지 않고 있다.
그러니 우리 몫이라고 챙길만한 것은 별로없다.

중국인들은 상식이하의 거래 위반을 스스럼없이 저지른다. 안하무인일
때가 많다. 중국은 남북한을 동시에 인정하면서 우리에게는 대만을 부정
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핵문제등에서 북한을 애지중지 싸고 돌면서 남한에 대해서는 호주머니만
노리고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이와 같은 표현들 대부분은 과장되었거나
자격지심에서 비롯된 것일때가 많다는 지적이다. 중국인들 탓으로 돌리기
보다는 우리의 탓으로 돌릴수 밖에 없는 것들도 많다.

어찌되었든 간에 이런 이야기들 끝에 "그렇다면 왜 중국과의 관계를
포기하지 않느냐"는 의문은 반드시 이어진다.

"중국을 넘어야 한국이 산다"의 저자이자 본지 북경특파원인 최필규기자의
대답은 간단하다.

"중국은 우리의 미래와 사활이 걸린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인들에게
큰 이윤을 바랄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을 시장으로 갖고 있는것과
그렇지 않은 것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황병태 주중대사도 "우리가
중국시장의 2%내지 3%를 차지하더라도 우리의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내지 30%나 될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12억 인구의 중국쪽에서 보면 한국이 자기네 시장의 2%내지 3%정도의
시장점유율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지 모르지만 4천5백만 인구의 한국
으로서는 막대한 크기의 거래선이 아닐 수 없다는 뜻이다.

윤해중 상해총영사도 "어려움은 많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우리가 결코
포기할수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중국에서의 장사는 남는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 이곳 현지에서
장사하는 한국인들의 고백이다. 직원 한명당 연평균 2천만~3천만달러
정도의 거래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그 이윤은 1%미만에 머물고 있다는
고백이다.

효성물산 광주사무소의 김인철대리는 "손해를 보아야 하는 경우도 많지만
평균잡아 0.2%정도의 극히 보잘것 없는 이익을 남기는 정도"라고 했다.
이런 정도라면 금융장사보다도 이윤이 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거래선 유지를 위해서는 어쩔수 없는 노릇이라는 자세다.

월 8천~1만2천달러에 이르는 아파트비용등으로 한사람당 평균 1년에
20만~30만달러의 경비가 지출되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쉽게 이해할수
있는 일이다.

박한 이윤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수교후 2년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우리가 이만한 기반이라도 확보한
것은 다행이라 하지 않을수 없으며 일본인등 이미 중국에 진출해 있던 사람
들도 한국의 빠른 진출에 사뭇 놀라고 있다는 소식도 듣고 있습니다. 이는
물 불을 안가리고 뛰는 한국인 특유의 밀어붙이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
였다고 일단 치부해 볼수 있지만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북경에서 중국시장을 총괄하고 있는 현대종합상사 정재관 전무의 말이다.

"우리는 박대통령시절부터 단련되어 밤이고 낮이고 뛰는데 큰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신세대는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정전무가 한마디
덧붙인다.

아무리 한국인들이 열심히 뛰려고 해도 중국내에서의 영업여건이
열악하다는 것은 일단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다.

"요즈음 들어 중국은 자국시장이 침해 받는다고 생각되면 수입면허 쿼터
수입상품검사제도등으로 우리상품의 수입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어느나라치고 이러한 조절수단을 쓰고 있지않는
나라는 없습니다. 문제는 일관성에 있는데 오늘 적용하는 규정과 내일
적용하는 규정이 다르고,상해규정이 다르고,광동규정이 다르며,이 관리
다르고 저 관리달라 그때 그때 임기응변으로 해결하지 않을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틈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한 KOTRA직원의 비판이다.

중국에서는 "때와 장소와 상대하는 중국인"을 가려 상황에 맞게 적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중국에는 일반론이란 없다"는 뜻이며"모든 것을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대처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 된다. 여기에 우리나라
상사 직원들의 고충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시장에 끼어 들어야 한다는 것은 절대절명의
명제라는데 모두 공감하고 있다.

중국 인구의 5%에 해당하는 사람들, 즉 6천만명 정도는 우리 한국사람들
보다 훨씬 많은 소득과 소비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은 이미 진부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사실 하나만 가지고도 어떠한 대가를 치르
더라도 중국 소비시장에 파고 들어야 하는 이유가 설명될 수 있다는 것
이다.

작년말 기준, 중국 소비자들이 은행에 맡겨 놓은 저축액은 무려 2천억
달러가 넘는다. 등소평이후 중국사회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이자라는
개념에 둔감한 반응을 보이는등 중국이 갖고 있는 체제의 특성상 장롱속에
들어 있는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주중 대사관의 정영록박사는 "정확한 통계를 확인할 길은 없지만 그
규모가 2천억달러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이는
중국 소비자들이 현금의 형태로 갖고 있는 규모가 무려 4천억 달러에
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섬유 석유화학등 상당히 고전하던 우리나라 업체들이 중국이라는 시장을
통해 숨통을 터온 것도 사실이다. 특히 석유화학의 경우 현대와 삼성등이
경쟁적으로 설비를 확장한 결과 기존 업체인 대한유화등이 경쟁에서 밀려나
침몰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엊그제의 일이다.

이들은 "변동비만 커버될 수 있어도 물건을 만들어 내 놓는다"고 할
정도로 어려운 경영을 해 왔다. 하지만 금년들어 사정은 달라졌다. 구미
생산공장에서의 잇단 사고와 주기적 수요 폭증기가 겹쳐 석유화학제품은
이제 부르는 것이 값이 되었다. 배짱 튕기며 사가던 중국이 저자세로
돌아선 것이다.

"인구가 많은 중국에서의 석유화학제품 수요는 가히 무한대라고 봐도
좋습니다. 양은이나 스테인리스로 만들어 쓰던 바가지 물동이 물병등만
플라스틱 제품으로 바꾸어 쓴다고 해도 그 양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중국인들이 플라스틱 물병 1개씩만 가지고 다닌다고 해도 무려
12억개의 플라스틱 물병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현대석유화학
이계안이사의 말이다.

중국이 아니더라도 요즈음 석유화학제품을 사겠다는 구매처는 줄을 서
있다. 석유화학산업이 황금기를 맞은 것이다. 그러나 물량부족에도
불구하고 중국시장에 일정량을 할당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왜냐하면 중국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일 뿐 아니라 그것이 현명한
일이라는 판단이 서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