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군대칼"의 국적은? 다소 우스꽝스럽게 들릴지도 모르는 이같은
물음이 지금 스위스제조업자와 미국법정간 심각한 논쟁점이 되고 있다.

22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 상소법원은 최근 "스위스 군대칼이란
다목적용으로 사용할수 있는 칼의 "종류"를 말하는 것이지 "생산지"와는
관계없다"고 판결했다.

이 판정은 결국 중국등 스위스 이외에서 생산되는 칼도 "스위스아미"란
말과 그 심볼인 십자가를 사용할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이와관련 스위스군대에 이제품을 공식 납품하는 웽거와 빅토리노스 양사가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판정이다"며 반발, 항고의 뜻을 밝히는등 반발하고
나선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가뜩이나 모조품의 위세에 눌려 시장이 날로 잠식당하고 있는 지금 이같은
판정은 결국 모조품과 스위스제 진품간의 차별을 없애주는 것이란 불평이다.

양사는 당초 미국에 중국제 모조품이 범람하자 지난92년 중국산제품을
위탁판매하는 "애로우 트레이딩"사를 대상으로 제소, 1심에서는 "중국산
제품은 스위스아미란 말과 십자가표시를 할수 없다"는 판정을 얻어냈었다.

그러나 상소심에서 이같은 판정이 나오자 양사는 세계시장 수요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산 모조품이 앞으로는 진품처럼 날개돋치게 팔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품질이 뛰어난 독일 일본 영국등지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시장잠식에
가세할 경우 그야말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벌어질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소비자를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50%이상이
다목적용 칼이면 모두 스위스제 진품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지난1886년 스위스정부가 자국군인을 위해 고안해낸 제품이 그
유명세로 인해 또 한차례 법정분쟁을 겪어야 하는 입장에 몰려있는 것이다.

[브뤼셀=김영규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