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네패션"을 놓고 한국의 "도덕군자"들은 더이상 염려를 하지않아도
되게 생겼다. 과다노출패션은 서늘한 바람만 시작되면 싹 들어간다고
보장할 수 있기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8일부터 사흘동안 뉴욕에서 열린 패션 악세사리 엑스포(FAE
Show))에서는 그런 노출지향형 패션은 눈을 씻고도 찾을 수 없었고 단정,
깔끔하거나 점잖고 우아한 모양의 옷들만 선을 보였다.

스커트길이도 제법 길어졌지만 색깔은 좀 눈에 익지않은 것들이 많았다.
눈이 부시다 못해 시리기까지한 네온 빛깔에다 금박,은박의 메탈릭 색깔등
요란하기 짝이 없지만 그렇다고 걱정할 것까지야 없다. 무겁고 어두운듯
하기까지한 색깔들이 적당히 섞여있으니 말이다.

활기차고 자신감에 가득찬 요즘의 미국경제를 반영,올 가을과 겨울의 미국
패션은 매혹적이고 화려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그래서 그런지
소재부터가 없는게 없다.

각종 의류 가방 모자 벨트 구두등이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졌는데 특히
벨벳의 등장은 대단했다.

반짝거리는 패턴레더 새틴 천이 있는가하면 양탄자 무니의 타피스트리 천
비닐 메탈릭 양가죽등등 아마도 올처럼 다양한 소재가 등장하는 해는 4반
세기 정도만에 처음일 것이다.

재료가 풍성한 반면 올 하반기 미국의 악세사리 디자인은 상대적으로 빈약
하다. 신기한 것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섰던 상인들은 실망하기 십상이다.

잔인한 불황의 긴 터널을 지나면서 창의력이 수그러든 탓일지도 모른다.
가방중에서는 아직 베이비 냅쌕(Baby Knapsack)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다채로운 소재덕으로 아주 재미있는 분위기를 연출해 주고 있었다.

이번 악세사리 상품전시회의 가장 큰 특징은 모자류의 대거 등장이다.

예전같으면 대여섯개 회사만 나와도 많다고 했는데 출품회사가 30개를
넘었다. 많이 참여는 했지만 눈에 띠는 디자인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맨해턴의 남녀 모자가게들은 지난 수년간 계속 혹독한 불황기를 보내고
있는데도 이처럼 대거 참여한 것이다. 항상 앞서가는 디자이너와 기업가
정신의 발로때문임이 분명하다.

존스 뉴욕 니콜 밀러등은 미국에서 알아주는 종합 악세사리 디자인하우스
인데 자기네 쇼룸을 박차고 시장바닥이라고 할수있는 상품전시회에 까지
쫓아나섰다.

이탈리아인들의 진출도 상당하다. 의류와 장신구분야에서 인도인들의 위치
는 독보적 이라고 밖에 할수 없는데 또다른 동양계로 중국인들의 등장을
주목하지 않을수 없다.

악세사리 선진국들인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디자인을 재빨리 도입,활용해서
비슷한 종류를 아주 고급스럽게 만들어내는 그들의 솜씨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고유상표로 꾸준한 공략을 계속하는 회사들도 제법 많아지고 있다.
소련인들의 호박장신구에 대한 집념도 대단하다.

벌써 몇해째 애를쓰고 있는데 재료는 좋지만 그걸 꾸미고 가꾸는 방식의
차이를 그들은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는듯하다.

이번 상품전시회에는 새소재도 많이 등장했는데 잉여군수물자 분위기를
자아내는 면방직물로 갖가지 제품을 만들어 놓은 것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다. 깨끗하고 산뜻한 천이지만 낡은 맛을 내주니까 오히려 신선한
감이 들었다.

활기에찬 전시회의 분위기와는 달리 상인들에게서는 신바람을 느낄 수
없었다. 정부와 매체들의 호경기 보도에 짜증내는 이까지 볼 수 있었다.
미국의 요즘 호황분위기가 아직까지 골고루 전국 곳곳에 퍼진것은 아니기
때문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