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살 짜리에게 물었다. "TV를 가질래, 컴퓨터를 가질래" "컴퓨터요"
"왜" "컴퓨터로는 하는게 많거든요. TV는 보는 것 밖에 못하잖아요" 이
대화는 두가지 사실을 말해준다.

첫째 컴퓨터는 아주 쉽다는 것이고 둘째 컴퓨터는 이제 TV기능을 포함,
가전제품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93년중 미국에서는 6백만대의 개인용
컴퓨터가 팔렸다. 이것은 같은 기간동안 팔려나간 헤어드라이어보다 많은
숫자다.

올해는 줄잡아 1천만대 가량 팔릴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35%수준인 미국인
가정의 컴퓨터보유율은 2000년에 68%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인텔의 앤드류
그로브사장이 12회 뉴욕 PC엑스포에서 한 기조연설 제목이 바로 어디에나
있는 컴퓨터 였다. 그에 의하면 컴퓨터는 이제 더이상 사무실의 정보처리
기구로만 머물지 않는다.

이번 PC엑스포에서는 전시장을 뒤덮은듯한 멀티미디어기기가 어느사이
등장한 멀티프로세서의 막강한 지원을 받아 활짝 피어나는 모습을 보여
입을 다물기가 힘들 정도였다.

환상적인 게임들이 엄청나게 많은 가운데 팬트하우스의 벌거벗은 미녀들이
뭇사내들을 구름같이 모이게하는가 하면 모세의 노호를 들려주는 성경에다
중국어, 일본어 즉석통역(한국어는 아직 없음)이 좔좔 나오고 IBM의
노트북에서 CNN뉴스가 요란하다.

음악, 영화, TV, 게임, 전화 팩스, 우편 쇼핑, 만능 가정교사, 도서관
등등 상상하기조차 힘든 허다한 기능을 컴퓨터가 해주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모든 가정이 바로 컴퓨터의 시장이 된다는 말과 같다.

일본을 뿌리치고 자신감에 가득찬 미국의 컴퓨터 업체는 지금 밤낮이
없다. 좀더 가볍고 작으며 좀더 똑똑(지능화)하며 다루기 쉬운 컴퓨터를
누구보다 한발 앞서 만들어 내야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단순한 정보제공뿐이 아니라 정보의 취사선택에다 융통성,상승성
및 연결성까지 갖춘 머리가 달린 컴퓨터의 창조가 그들의 목표다.

올해 PC엑스포를 보면 온통 파워PC와 팬티움의 혈전만이 느껴지겠지만
그보다 몇백배 더한 소용돌이가 소프트웨어 업계에 불어닥치고 있음도
알아야한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93년중 3백74건의 합병,매수를 기록,전년대비
47%의 증가를 보였는데 기술과 경제적 이유때문에 그랬다.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가 이제는 기술만이 아닌 마켓팅의 단계로 넘어
섰으며 5천만달러 규모이하의 소자본회사들은 2000년까지 모두 증발해
버릴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들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지 보여주는 예가 있다. 노벨회사는
워드퍼펙트회사와 합병한 바로 그날 새로운 소프트웨어 펙키지를 출하할
정도이다.

뉴욕PC엑스포에 참가한 한국업체들의 대조적 모습도 흥미롭다.

리딩 에지 상표로 중저가 미국시장에서 구면이 된 대우계열의 회사는
PC엑스포의 단골. 올해는 멀티미디어를 대거 출품해 놓고 중소기업과
가정용판매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그런가하면 올해 첫선을 보인 삼성전자는 역시 행보가 조심스럽다. 이들은
컬러모니터와 하드디스크등 부품 판매에 주력하는 한편 고가의 노트북을
곁들여 시장탐색에 나서고 있었다.

한가지 이채로운 변화는 삼성의 세일즈맨들이 모두 영어 이름들로 변신
했다는 점. 벤자민 조, 리차드 리등 미국인 고객들에게 훨씬 친근감도는
이름으로 고객을 맞고 있었다.

미국에다 삼성을 팔고자 하는 그들의 결의를 또하나 느낄수 있는 것은
삼성이 한국업체로는 처음으로 미국 상품전시회 전문담당간부를 두기
시작한 것.

리차드로 변한 이광현씨는 미국의 상품쇼만 쫓아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