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들어 일본매스컴들이 정치적인 문제이외의 것으로 요란을 떤 일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유통업계의 큰손 다이에가 20인치컬러TV를 3만엔
이 채 안되는 가격으로 판매에 나섰다는 것이다.

비디오테이프 3개들이 팩을 파격적인 가격(5백98엔)에 내놓은데 이은 또
하나의 저가 공세였다.

다이에의 가전제품분야 PB인 ''콜티나'' 상표가 붙은 이TV의 판매가격은
2만9천엔. 양판점에서 동급TV들의 판매가격이 5만엔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실로 놀라운 가격이다.

다이에계열의 디스카운트점인 ''토포즈''에서 이TV를 구입할 경우는 더욱 싼
2만6천9백엔에 살수 있다.

한술 더떠 다이에가 20인치짜리와 함께 판매에 들어간 14인치제품은 1만8천
9백엔으로 2만엔선마저 붕괴시켰다. 가전업계가 입을 다물지 못하게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일본가전업계의 충격은 놀라움과 불안이란 두마디로 요약된다. 아무리
저가전쟁의 시대라고 하지만 TV를 그같은 가격에 판매하고도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데에 우선 놀란다.

자신들로서는 도저히 생산불가능한 가격수준이기 때문이다.

불안이란 이제품이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다. 저가선호추세가
뚜렷한 소비자들의 수요패턴변화를 감안하면 자신들의 점유율이 하락할
것이 눈에 불을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제품의 판매에 나선 주체가 판매력에서는 내로라하는 다이에이고
다이에가 PB상품으로 판매키로 결정했다고 하면 품질면에서도 크게 흠잡을
곳이 없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이에 스스로도 2만엔대의 20인치컬러TV제품을 발표하면서 연5만대이상은
충분히 팔 수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지금까지 14인치TV를 보던 독신자나 어린이들이 자신들의 20인치TV를 사게
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실제로 다이에의 20인치TV는 어린이들이 세뱃돈만 모아도 살 수있을 만한
가격이다.

20인치짜리대신 14인치TV를 구입한다면 게임기까지 얹어서 살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이에의 가격은 그만큼 가격면에서 큰 호소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다이에가 이같은 가격의 제품을 선보일 수 있게된 이유는 너무도
간명하다.

그것은 일본메이커와 손잡은 것이 아니라 훨씬 저렴하게 생산할 수있는
한국의 유명메이커(삼성전자)로부터 제품을 납품받았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다이에는 제품을 개발하면서 새로운 금형제작을 요구하거나 하지
않고 기존의 금형은 그대로 쓰면서 일본어로 된 조작표시와 ''콜티나''란
브랜드명만 덧붙여 비용을 최대한 줄였을 뿐이다.

한국인의 입장으로 생각하면 고유브랜드판매가 아니고 OEM(주문자상표
생산)이란데 아쉬움이 남지만 위안이 되는 측면도 적진 않다.

우선 다이에가 인정할 수있는 품질을 갖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고 또다른
측면에서는 판매점의 구석진 자리에 밀려 저질품취급을 받는 수모를 면하는
한 방법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산 PB상품들의 사례는 수입산PB상품들이 일본시장에 던지고 있는 충격
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수입PB와인이나 수입PB콜라 수입PB세제 수입PB의류등 같은 방식으로 일본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가전제품의 경우만해도 한국뿐아니라 대만도 선풍기 카세트 비디오테크
비디오내장TV등을 PB상품으로 납품하고 있다.

수입산PB상품들은 파격적인 저가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엔고와
고임금에 시달리는 일본기업들로서는 도저히 따라올 수없는 가격으로
판매된다.

저가수입상품들은 조잡하다는 이미지때문에 그동안 일본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당해왔다.

그러나 대형유통업체들이 PB상품으로 수입하면서는 얘기가 달라지고 있다.

메이커에 대한 불신이 크게 희석돼 품질이 웬만큼만 뒷받침되면 상품이
팔리게 된 것이다.

격화되는 저가전쟁은 외국메이커들로 하여금 난공불락의 일본시장을 뚫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부수효과도 낳고 있다.

(도쿄=이봉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