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산도스사가 최근 세계 기업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한달전쯤
미국의 거버사를 37억달러에 인수, 유아식업계의 "대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주변에서는 말들이 많다. 거버사 인수는 잘못된 결정이라든지
너무 비싸게 주고 샀다는등 부정적인 시각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산도스는 주변의 평들에 대해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그같은 말들을 호사가들의 입방아쯤으로 치부하면서 거버사 인수로 인한
득실은 곧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거버사. 오동통한 젖먹이의 얼굴이 찍혀 있는 어린이 주먹만한 병에
젖뗄무렵 아기들이 먹는 음식을 만들어 넣어 파는 회사이다. 국내에서도
아기를 키워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만한 업체다. 특히 미국에서는
유아식시장의 70%이상을 차지해 거버제품은 미국 가정에서 "필수용품"화
됐다.

산도스의 거버 인수는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지난 4월초 양사의 이사회
멤버들이 처음 회동한뒤 몇번 더 만나지도 않고 이같은 결정이 이뤄졌다.

롤프 슈바이처 산도스회장은 두 회사간의 거래에 관해 말하자면
"찰떡궁합"이었기 때문에 밀고 당기고 하는 협상이 거의 필요없었다고
말한다.

물론 산도스의 기업쇼핑 리스트에는 몇년전부터 거버가 올라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산도스가 거버를 설득하는 일이었다.

산도스의 경우 거버회사의 인수가 전략상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었으므로 두회사가 합침으로써 얻을수 있는 이익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었지만 그사실을 거버에 납득시키는 일이 그리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두회사의 이사진들이 만나본 결과 문제점으로 여겨졌던 일은
너무도 쉽게 해결됐다. 두회사가 추구하는 바가 거의 일치하는등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던 것이었다.

재정적으로도 산도스는 거버 인수에 따르는 37억달러를 지불하고도 10억
달러가량이나 남을만한 여유자금이 축적돼 있는등 건전한 상태였다.

문제점은 회사 바깥에 있었다. 주변에서 거버 인수에 대한 해석이 가지
각색이었다. 일부에서는 인수에 들어간 돈이 지난해 거버의 세전순익보다
21배이상 많은 등 지나치게 높다고 말한다.

게다가 이들은 거버사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높기는 하나 유럽시장에서의
인지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 거버를 인수한 배경이 제약업을
소홀히 한데서 출발한 것은 아니었는가 하는 의구심이 강하게 작용했다.

산도스의 경우 장기이식에 따르는 조직 거부반응을 줄이는 약인 샌디먼
이라는 상품의 판매액만해도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9억4천3백만달러에
달할만큼 의약부문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탓에 오히려 거버의 인수가
회사의 성장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것이 주위의 지배적인 시각이었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취리히 주식시장에서 산도스의 주가는 거버의
인수를 발표할 당시 8백70 스위스프랑에서 최근 7백20~7백30 스위스
프랑으로 주저앉았다.

그러나 산도스측의 주장은 이와는 아주 다르다. 거버 인수가 발표된 뒤
뉴욕타임스와 가진 전화회견에서 롤프회장은 거버인수와 관련,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은 것은 산도스의 장기전략을 도외시한 채 거버 인수에
지불한 가격만을 보는 근시안적인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산도스가 제약업에대한 비중을 낮추려고 시도한 것은 지난 67년 스위스의
건강식품회사인 원더를 인수한 이래 30년가까이 추진해온 장기전략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돼야 한다는 뜻이다.

1백10년전에 설립된 이회사는 원더사 인수 당시만해도 의약분야 매출이
거의 절대적인 것이었으며 거버 인수전까지의 의약부문에 대한 의존도는 4
9%에 달했다.

하지만 거버를 인수함에 따라 식품부문의 매출이 24억달러로 전체 외형의
20%에 달하게 될 전망이다. 이로써 산도스는 의약부문에 대한 매출을
49%에서 44%정도로 낮출수 있게 된 것이다.

산도스의 최고경영층은 식품부문 사업에서는 무엇보다도 상표명에 대한
인지도가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런면에서 산도스는 거버의 인수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확신하고 있으며 유럽시장에서도 곧 거버제품이 하인즈등과
선두다툼을 벌임으로써 산도스의 앞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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