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체의 대명사 마쓰시타전기가 올들어 회사의 불문율을 깼다.

대리점이나 양판점과의 거래만을 고집해온 이회사가 디스카운트 스토어
와도 거래를 시작한 것이다. 일본제일 세계최고를 자부해온 마쓰시타
로서는 엄청난 변신이다.

마쓰시타가 거래를 시작한 곳은 아키하바라에 본부를 둔 PC디스카운트점
소프맵. 12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소프맵은 다른 판매점들이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불구,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체인점을 늘려가는
뛰어난 판매력을 과시하고 있다. 철저한 저코스트경영으로 다른 판매점
들의 경계대상이 되고 있다.

마쓰시타가 소프맵과 손을 잡은 것은 물론 이회사의 판매력을 이용해
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소프맵과의 거래로 인해 마쓰시타가 치러야 하는
댓가는 대단히 크다. 우선 상품의 가격이 큰 폭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소프맵과의 첫거래대상인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3DO리얼의 희망소매가격은
5만4천8백엔. 당초는 7만9천8백엔으로 예정했었지만 먼저 제품을 출하했던
미국시장에서 매출이 기대에 못미쳐 판매직전 가격을 대폭 끌어내렸다.

그러나 아키하바라에서 팔리고 있는 이제품의 실제가격은 4만5천엔안팎.
판매를 시작한지불과 두달여만의 일이다. 이의 여파로 마쓰시타계열의
소매점인 내셔널숍 에서도 5만엔이하선에서 파는 경우가 허다해졌다.

제품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지만 가격을 지킬 수없게 된 것이다.

마쓰시타의 경우 일반소매점에 넘기는 상품가격은 대략 희망소비자가격의
75%선이다. 내셔널숍의 경우는 70~73%선이고 양판점에 대해서는 이보다
약간 더낮게 적용하는 것이 통례다.

소매점들이 이익폭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상품을 팔고 있다는
얘기다. 유통업체의 이익폭이 적다고 해서 마쓰시타에 금전적 손실이
가는 것은 아니지만 마쓰시타의 고급이미지가 손상을 당하는 것은 피할
길이 없다. 계열판매점들의 불만을 무마하는 것도 과제로 등장했다.

물론 마쓰시타가 이같은 부작용을 미리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부작용은 감수하고서라도 판매를 늘려야 하는 절박한
현실이 배경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마쓰시타의 절박함은 이회사가 또다른 파격행위를 하고 있는데서도
입증된다.

팟도루 라고 하면 지난해 엄청난 판촉활동과 TV선전을 전개하면서
화려하게 데뷔한 이회사의 대표적 비디오카메라이다.

비디오카메라의 가격이 대당 15만~20만엔에 달하던 당시 9만8천엔이라는
놀라운 가격으로 선을 보였던 이제품은 소비자들의 인기를 한몸에
모았었다.

그런데 마쓰시타전기는 최근 판매실적이 떨어지고 실제가격도 크게 하락
했다는 이유로 이 팟도루 를 오픈(OPEN)가격상품으로 지정해버렸다.

마쓰시타가 팟도루에 들인 공이나 그동안의 상품의 인기.후속기종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등을 감안하면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오픈가격상품으로 지정되면 기준가격이 없기 때문에 소매점들은 몇%할인
등의 선전문구를 달지 못한다. 자신들이 팔고싶은 가격만을 그대로
표시토록 돼 있다.

따라서 언뜻보면 오픈가격상품은 고상한 제품이라는 인식을 갖기 쉽지만
일본의 상관행에서는 오히려 정반대다. 소비자들은 오픈가격상품은
떨이용 박리다매품 이라는 인상을 갖고 있으며 메이커들도 실제 그렇게
운용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마쓰시타가 후속제품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팟도루
를 오픈상품화한 것은 그래서 일본업계에 큰 충격을 던졌다.

마쓰시타의 이같은 파격적 행위는 체면을 벗어던지더라도 판매가 더
급하게 된 저가전쟁의 현주소를 극명히 보여준다.

======================================================================

*** 오픈가격상품이란 ***

메이커가 희망소비자가격을 붙이지 않는 상품을 말한다.

일본메이커들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가격시정권고를 받으면 대체로 그
상품을 오픈가격상품으로 지정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상품 판매점포의 3분의 2이상이 15%이상 할인판매
하거나 2분의 1이상이 20%이상 할인판매할 때 희망가격시정권고를 한다.

그러나 시정권고를 받는다고 해서 모두가 오픈가격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회사의 전략에 따라 다르다.

특히 신상품의 경우나 후속상품이 정해지지 않았을 경우는 오픈가격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