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아이들은 말을 시작하기전 색깔부터 분간한다.

느낌과 선택의 문제라 가능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색깔은 생활의 일부가
되고 생활 그자체를 좌우할 정도에 이른다.

조화를 이루는 색깔은 결국 단순한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고 엄청난 돈벌이
가 될 수 밖에 없다. 집을 꾸미는데 살림 장만, 몸 치장, 잔치 피크닉등
어느것 하나도 색깔이 지배하지 않는게 없다.

그런 사회에선 어느 상품이건 색깔을 맞춰주지 않는다면 제아무리 훌륭한
것이라도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리고 별볼일 없는 제품도 색깔이 좋으면
히트상품이 되기도 한다. 한국의 수출기업들이 색깔에 있는 정성을 다하지
않으면 않되는 이유이다.

색깔 전문조사기관인 쿠퍼 컬러 리포트의 통계를 보면 좀더 실감이 난다.

미국의 소비자들은 약20%가 색깔에 관한한 전위형에 속한다.

눈, 입술은 물론이려니와 옷, 신발, 가방에다 귀걸이 목걸이는 당연하고
심지어는 돈지갑, 속옷까지 새로운 색깔로 갖추고 침대, 방바닥, 부엌,
식탁까지도 색깔을 맞춰야 직성이 풀린다.

이들은 유행색이 아니면 웬만한 좋은 조건의 상품도 사지 않는다.

다음의 약 55%는 타산형에 속한다.

이들은 아무리 매력적인 색깔이 등장하더라도 덥석 거머쥐지 않고 앞뒤를
면밀히 살피며 기다린다.

새색깔이 과연 안정적 유행색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지 상당한 지속력을
유지할 것인지등을 지켜보며 적당한 때를 기다린다.

은인자중하던 타산형까지 가세하고 나서면 그 색깔은 대체로 2년이상의
장수를 누리게 되고 온 세상이 뒤덮어 버린다.

나머지 25%의 소비자는 느림보 충성형이다.

색의 조화를 모르는 무감각형까지는 아니지만 새색깔 보다는 사라져가는
색깔에 더욱 진한 감정이 배인때문인지 새색깔에의 열정이 좀처럼 타오르지
않는 부류이다.

그러나 어느때인가는 선호하는 색깔을 바꾸기는 한다. 느릴뿐인 것이다.

미국의 기업사회에서 색깔만을 다루면서 생활하는 컬러 마켓팅팀과 컬러
엔지니어들은 고객 5명중 1명이 색깔만으로 제품의 구입여부를 결정한다고
일반적으로 믿고있다.

그러니까 색의 변화와 유행추세를 빨리 그리고 정확히 파악해서 제품에
반영해야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게되고 궁극적인 성공을 이룩할 수 있다는
셈이다.

반대로 유행추세가 가미되지 않은 색깔의 상품은 제아무리 뛰어난
것이더라도 외면받기 쉽다는 얘기다. 이들은 해외에서 내년에 유행할 색깔을
도대체 어떻게 알아내고 있을까.

유행할 색깔은 제법 복잡한듯한 경로를 밟지만 비교적 단순한 절차를 거쳐
정확하게 알수있다.

20개국 유행색협회의 모임인 국제유행색위원회가 봄 가을마다 모여 2년앞에
유행할 색깔을 예측한다. 직물, 의류등 업종별 단체의 예측기관도 활발히
움직이고 상업회사들의 조사연구 서비스가 또 다양하다.

이들의 예측은 곧바로 세계유행의 중심지인 밀라노 파리 런던의 유럽지역
패션쇼에 반영되며 소비자중심의 미국 뉴욕쇼까지 거치면서 세계로 퍼져
나가게 된다.

물론 이같은 유행색은 각 지역, 나라마다의 소비자 취향과 특성에따라
다시 변화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는 좀체로 파랑색이 인기를 끌수없게 되어 있는데
서구인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주요 색깔이다.

빨강과 금빛은 중국인에게 영원한 색깔이고 서양인들에게 핑크빛은 여자
아이이의 상징인 대신 엷은 파랑은 사내아이의 표징이다.

요즘은 시대색인 초록이 지구를 뒤덮고 있다.

세계의 기업들은 이미 올겨울 내년 내후년에 유행할 색깔들을 점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