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PC업계에서 IBM이나 애플컴퓨터 못지않게 주목받고 있는 회사가 미국의
컴팩컴퓨터다.

컴팩은 지난해 결산에서 매출액 71억9천1백만달러와 순익 4억6천2백만달러
를 기록했다. 각각 전년대비 약 75.4%와 1백10% 늘어난 것이다. 물론 이같은
실적은 월가의 관측을 크게 웃도는 것이었다.

회사는 가격인하경쟁에서 때를 놓쳐 82년 창립한 이래 처음으로 91년
3.4분기에 적자를 기록했다. 창업회장으로 줄곧 최고경영자(CEO)를 겸해왔던
로드 캐니온씨가 해임되고 두번에 걸친 대대적인 종업원 해고가 불가피했다.

그러나 92년여름 50%나 떨어진 가격으로 제품을 출하,업계관계자들을
놀라게한 컴팩은 이제 국제PC시장에서 저가제품의 대명사로 통하며 완전히
실지를 회복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내친김에 간다"고 컴팩의 파이퍼사장
겸 CEO는 "96년까지 IBM 애플컴퓨터를 능가하는 세계시장 최대점유율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대폭적인 가격인하를 단행,회사가 위기를 벗어난 것은 파이퍼사장의
배수진을 친 리엔지니어링전략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파이퍼사장은 취임과
함께 생산 개발 판매등 각부서에서 인원을 선발한 리엔지니어링전문팀을
만들었다.

팀에 선발된 사람에게는 사내의 모든 조직에 나가 코스트삭감에 협조해
주도록 요청하는 권한이 주어졌다. 목표는 아주 엄격해 내부에서 계획한
가격에 생산이 되지않을 때는 부품등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것도 불사했다.

리엔지니어링전문팀이 50%가격인하란 지상명제를 위해 취한 대표적인
방식은 "디자인 인"이라 불리는 것이다.

신형PC의 설계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생산 판매 구매 마케팅분야는 물론
외부부품메이커들까지 모든 관계자들이 모여 코스트삭감을 의논하는 방식
이다. 즉 코스트를 최대한 인하한다는 과제를 염두에 두고 설계하며 생산
조달비용까지 억제, 개발기간도 단축하는 것이다.

새로운 개발방식으로 만든 최초의 제품 "프로리니어"의 경우는 50%의
가격인하와 함께 경영악화를 조속히 회복시키기 위해 설계이후 단8개월만에
발매에 들어간 초스피드의 제품이다.

과거에는 모델별로 서로 달랐던 기본설계가 신제품시리즈에서는 공동화됐고
구모델에서는 PC한대당 금형비용이 11달러에 달했던 것이 1달러까지 떨어
졌다. 부품수도 절반정도로 줄어들어 조달비용은 물론 생산소요시간도 크게
단축시켰다.

컴팩컴퓨터의 리엔지니어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외부발주부품의
코스트삭감이 필수불가결했던 것은 제품제조원가중 70~80%가 외주코스트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내의 생산효율을 높여도 외주부품의 가격이
떨어지지 않으면 제품가격의 50% 삭감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웠다.

회사는 종전의 거래관계를 철저히 무시했다. 조금이라도 낮은 가격에
부품공급이 가능한 회사가 새로운 거래업체로 선별됐다.

특수부품의 가지수를 최소한으로 억제하고 그만큼 표준부품수를 늘렸다.

거래처와의 계약을 수시변경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납입가 인상기미가
보이면 다른 업체로 대체해 나갔다.

지난해 8월 발매한 데스크탑 "프레사리오"는 두달만에 10만대가 팔려나가는
경이적인 실적을 기록했다. 팩시밀리와 연결되는 팩스모뎀이나 외출중 전화
서비스 게임등 6종류의 기능소프트를 내장하고 있고 컬러디스플레이까지
부착돼 있는 프레사리오는 대당 1천3백90달러전후에 판매됐다. 가격만족과
일반소비자들이 쉽게 사용할수 있는 점을 강조한 제품이었다.

컴팩은 일련의 히트상품에 힘입어 지난해 10%의 세계시장점유율(매출액
기준)을 보였다.

1년만에 3.9% 늘어난 것이며 IBM 애플컴퓨터의 13.6%와 11%에 거의 육박
하고 있는 수준이다.

회사의 리엔지니어링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과거의 그것이 살아
남기위한 것이었다면 오늘의 그것은 96년 세계정상이 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박재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