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하는 신부와 수녀" "AIDS로 죽어가는 남자" 등 충격적인 주제의
광고물로 세계를 경악케 했던 이탈리아 굴지의 의류업체 베네통.

지난달 21일 이 회사는 자극적인 광고가 아니라 실력으로 세계를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이날 베네통은 "불황페스트"가 서유럽을 휩쓸던 작년 한햇동안 전년대비
12.6% 늘어난 2천80억리라(1억3천2백만달러)의 세후수익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같은기간 매출액도 2조7천5백억리라를 기록, 9.5%의 신장세를
보였다는 것.

많은 이탈리아기업들이 경기침체를 견디지못하고 회사매각이나 합병과
같은 극약처방을 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흔히 생각하는것처럼 베네통은 광고 하나로 성공을 거둔 기업이 아니다.
이 회사가 광고비로 지출하는 돈은 전체 매출액의 4%정도.

베네통은 특별한 경영전략보다 오히려 판매다각화나 비용절감등 기본적인
경영기법을 실천하여 성공한 회사다.

베네통은 현재 1백10개국에 7천여개의 매장을 두고 있다. 베네통은
여기에 만족치 않고 중국에 3백여개의 매장개설을 추진하고 이집트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등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다각적인 시장전략을 취하고있다.

베네통의 다각화전략은 마케팅뿐아니라 생산품목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기존의 주력상품인 니트웨어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에 그칠
만큼 생산품목이 다양해 졌다. 현재 생산되는 품목은 모두 5천가지.

고급 진과 재킷의 판매액은 총매출액에서 11%를 차지하고 있으며 신발의
경우 97년에는 총매출액의 7%를 점유할 것으로 회사측은 예상하고 있다.

즉 개발가능한 시장과 품목은 여지없이 공략한다는게 베네통의 불문율
이다. 또한 베네통은 어느기업 못지않게 생산비절감에 열심이다.

이 회사는 지난 2년간 매년 제품가격을 5%씩 인하해 왔다. 생산라인의
80%가 아시아가 아니라 유럽지역에 있다는 것을 감안할때 이들의 "가격
낮추기"는 더욱 인상적이다.

루치아노 베네통회장은 아시아에 생산기지를 두고있는 경쟁사들을 누르기
위해선 컴퓨터등 첨단기기를 통한 현대화공정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베네통은 작년 9월 이탈리아 폰자노시에 4만평방미터 규모의 자동절단및
포장라인을 세웠다. 이 덕택에 20명 인원으로 하루 3만상자 이상의
생산품을 처리하게 돼 인건비를 절감할수 있었다.

지난 3월에는 또 이같은 자동화라인을 추가로 설치, 두 라인을 연결해
컴퓨터화된 재고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밖에 베네통은 첨단 소프트웨어 제작공정을 갖춰 수작업을 거치지 않고
의류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같은 비용절감노력은 작년 리라화의
평가절하와 맞물려 베네통의 가격경쟁력을 한층 높여주었다.

베네통은 다른 의류업체와 판이한 판매망을 갖고 있다. 이 회사의 고객은
일반 소비자라기보다는 각국에 퍼져있는 베네통 매장들이다. 베네통은
이들 매장을 직영체제가 아니라 현지투자가와 로열티 없는 합작 혹은
현지인의 단독경영형태로 운영한다.

베네통은 이들 매장경영자로 구성된 판매네트워크를 통해 얻은 직접
정보로 고객의 패션경향을 추적하고 있다. 베네통은 또한 제품의 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디자인 절단 염색및 포장등은 이탈리아본사에서
직접 다루고 있다. 그 이외의 노동집약적 공정만 임금이 낮은 아시아지역
으로 돌리고 있다.

특히 후반공정인 염색의 경우 판매경향에 신속히 적응할수 있도록 본사
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같은 이분적인 생산체제로 베네통은 변덕이 심한
패션시장에서 유연성을 유지할수 있었다.

베네통 역시 모든 기업들처럼 유럽의 장기적인 경제침체, 급변하는 영업
환경, 후발업체와의 경쟁등 넘어야할 장벽이 겹겹이 놓여있다.

하지만 대차대조표상에 잘 나타난 효율적인 자본사용, 탄탄한 재정능력,
슬림화된 생산체제 그리고 고객과의 끊임없는 대화등 고전경영학에 충실한
베네통에게는 이들 장벽들이 그리 높게 보이지 않는다.

<이영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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