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요즘 일본열도를 주시하고 있다.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총리의
급작스런 사임으로 야기된 정계개편및 3년가까이 갈짓자 걸음을 하고 있는
경제전망등 관심거리들이 꽤 있다.

지난 91년 중반께 전후 최장이라는 "헤이세이"경기가 깨진뒤 침체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는 일본경제에 대한 최근의 진단은 두갈래다. 경제가 회복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측과 그렇게 보기에는 때가 이르다는 주장이다.

일본경제를 밝게 보는 것은 주로 정부쪽의 시각이다. 일경제기획청은 최근
소비자들이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는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달 15일 5천33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경기체감지수가 9개월만에 처음
38.1포인트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전분기에는 36.1포인트였으나 2포인트가
뛰었다는 것이다. 즉, 일본경기 회복을 주도하는 가계부문에서의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징후로 풀이하는 셈이다.

백화점업계의 매출도 이를 뒷받침하는 듯하다. 일본내 1백18개 주요
백화점들은 지난 회계연도에 7천4백71억여엔(72억2천만달러)어치를 파는데
그쳐 전회계연도보다 매출이 9% 줄었다.

그러나 회계연도말인 지난달의 경우는 매출감소가 4%에 불과한등 올
회계연도들면서 소비지출이 늘고 있는 양상이다.

일본 자동차업계도 이같은 낙관론에 동조하고 있다. 일본자동차협회관계자
는 국내 자동차생산이 93회계연도에 12% 줄어 지난 47년 이후 가장 큰폭의
감소세를 나타냈으나 그리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한다.
지난달중의 자동차생산 감소폭이 9.4%로 줄어 지난 93년 8월이래 처음
감소율이 10%를 넘지않는등 비관적으로만 볼수 없다는 주장이다.

일본 공작기계협회도 유사한 전망을 하고 있다. 이협회는 올회계연도에
일본내의 공작기계 판매감소율이 1.3%정도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92~93회계연도의 7% 감소와 비교하면 일본경제가 상당히 나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비관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특히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이같은 낙관론을 경계하는 눈초리다.

일본은행은 최근 발표한 분기별 경기전망보고서에서 경제가 미약하나마
회복의 조짐을 나타내고 있지만 그렇다고해서 이를 성장의 신호로 해석하기
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무엇보다 앞으로 엔화의 대달러환율 추이, 소비지출 증가추세의
지속여부등에 따라서 상황은 달라질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오가
노리오 소니회장등은 1달러에 1백3엔정도인 지금의 엔화환율은 지나친
것으로 엔화의 대달러 환율을 1백20~1백25엔 정도로 조정해야 경제회복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은행은 또 기업의 투자심리 위축도 경기회복의 불안정요소라고 말했다.
경제기획청이 지난달 실시한 투자계획조사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 대다수의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제조
업체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더욱 심한 것으로 드러나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불황에 대비, 한껏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일본경제는 지난 91~92년 20조엔이 넘는 긴급수혈을 받았으나 언제쯤이나
회복될지 판단하는 것은 아직 이른것 같다. 그러나 미국 독일등과 더불어
세계경제의 견인차역할을 하는 일본 경제가 되살아나야 세계경제도 다소나마
숨통이 트일 것은 분명하다.

이제 일본경제를 회복시켜야 하는 짐은 호소카와총리에 이어 새로 내각을
맡은 하타 쓰토무총리나 아니면 그의 후임자 몫이라 할수 있다.

<김현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