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당과 손을 잡은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던 프랑스 제2의 은행
크레디리요네가 최근 사회당과의 인연을 끊고 적자투성이인 살림을 재정비,
재기에 몸부림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어느 기업총수든지 적자를 기록한 자기회사의 영업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는 침울한 표정을 짓기 마련인데 지난달말 크레디리요네
의 장 페이레르바드회장은 환하게 웃으면서 작년에 69억프랑(약12억달러)
이나 순적자를 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에드몽 알팡데리 경제장관으로부터 49억프랑의 증자참여를 포함, 정부의
구제약속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크레디리요네는 이번 정부지원으로 대차
대조표상의 빨간글자를 모두 없앨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크레디리요네는 반대급부로 조직재편을 약속했다.
앞으로 3년간 전체 행원의 10%정도인 3만8천5백여명을 줄인다는 것이다.

크레디리요네가 이같은 감량에 성공한다면 다른 은행도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영인 크레디리요네의 영업비용은 전체 수입의 75%에 달한다.

다른 프랑스은행들의 67~68%나 영국과 스위스은행들의 65%, 스페인은행들
의 60%와 비교하면 이 은행이 얼마나 방만한 경영을 해 왔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난 2년간의 경기부진으로 신용수요가 크게 줄어든 여건에서도 다른
프랑스은행들은 흑자행진을 계속한데 반해 유독 크레디리요네만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프랑스납세자들은 의아해 하고있다.

페이레르바드회장의 전임자인 장 이브 하브르 전회장이 자신을 임명해 준
당시 집권당인 사회당과 관련인사들에게 충성했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브르전회장은 88년에서 작년 가을까지 재임하는동안 무리한 대출을 감행
했고 그중 상당부분이 경기침체로 인한 급격한 기업도산과 부동산가격 하락
으로 결손처리됐다.

캐나다부동산회사인 올림피아&요크사에 3억5천만달러를 떼였고 미국
할리우드의 적자투성이 영화사인 MGM에 15억달러를 투자했다. 뿐만 아니라
크레디리요네는 도산한뒤 온갖 법정분쟁에 휘말리고 있는 스위스부동산회사
인 사세아사와 한때 독일 스포츠의류및 기구회사인 아디다스를 경영했던
친사회당기업인으로 사기와 부패사건에 연루돼 있는 베르나르 타피와도 깊이
연계돼 있다.

에두아르 발라뒤르총리의 우파정부가 하브르전회장을 페이레르바드회장으로
교체했을때 크레디리요네는 이미 93년상반기에만 10억5천만프랑의 순적자를
냈고 자기자본비율은 국제결제은행(BIS)이 요구하는 최저8%(자기자본을
위험자산으로 나눈 비율)선에 접근해 있었다.

크레디리요네의 재무구조를 정상으로 돌려놓는데 필요한 돈은 2백17억프랑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페이레르바드회장은 부임이후 내내 총력을 기울인
덕택에 발등에 떨어진 재무구조의 정상화에는 성공했지만 이제는 보다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 요구되는 영업전략을 신속히 마련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장기적인 영업정상화방안의 하나가 출자형식으로 기업에 투자돼 있는
5백50억프랑에 달하는 포트폴리오전략을 합리화시키는 일이다. 이 문제해결
을 위해 페이레르바드회장은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보험회사인 위니옹 데
아시랑스 드 파리(UAP)에서 도미니크 바지라는 측근을 영입했다.

바지는 앞으로 2년간 2백억프랑어치의 자산과 MGM의 지분을 처분할 계획
이다.

이와함께 크레디리요네는 하브르전회장이 구축해 놓은 범유럽영업망을
전면 재편할 계획이다. 하브르전회장은 유럽시장이 모두 경기부진으로
허덕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장통합이후 금융업의 국경장벽이 없어지는
것에 대비, 다른 경쟁은행들보다 한 발 먼저 스페인 베네룩스 독일
이탈리아등에서 군소은행들을 사들였다. 그러나 크레디리요네는 지금은
국제적인 영업망을 확대하는데 부을 돈을 프랑스국내영업망강화로 돌리는
것이 보다 생산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크레디리요네는 올해 영업실적을 손익분기점까지
끌어 올린뒤 내년부터는 흑자로 돌아설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 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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