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판점 할인판매점등이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는 것은 일본유통구조변화의
외형상 드러나는 특징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코스트를 낮추기 위해 종적인
유통단계를 줄이고 횡적인 조직의 슬림화가 유통변화의 원칙이다.

어떤 형태로든 일본기업들은 종.횡의 유통변화가 없이 살아남기 힘든
현실에 직면해 있다. 최종소비현장에서는 짧은 기간동안 제품가격이 반값
으로 떨어지는 격력한 가격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슈퍼마켓체인점인 다이에의 세이빙(Saving)시리즈는 불황속에서 큰 재미를
가져다준 사례이다. 엔고이후 싼값의 외국식료품 의류 엑세서리등이 일본
시장에 밀려오는 상황에서 다이에는 국내외공장에 제품을 대량으로 주문
했다.

세이빙프리미엄아이스크림은 뉴질랜드현지에서 일본인의 입맛에 맛게
생산해 들여온 제품이다. 이경우 수입과정이 최소단계로 줄었고 광고는
여러제품 모두에 적용되는 세이빙선전 한번으로 커버되기 때문에 소매가격
은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같은 크기인데도 다이에의 아이스크림은
2백88엔인데 반해 유키지루시의 제품은 5백50엔이었다. 아무리 전문메이커
라고 하지만 유키지루시가 가격차를 극복할 수가 없었다.

"벨기에맥주캔한개에 1백28엔" 역시 다이에의 세이빙시리즈이다. 동종업체
인 자스코 이토요카당도 제품가격의 반값실현이 목표이다.

의류업체인 월드는 지난해 10월부터 오족(OZOC)이란 이름의 젊은이대상
점포를 늘려가고 있다. 이제까지 의류업체의 주류는 직영점이나 프랜차이스
점포를 늘리는 형태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는 젊은이들의 취향으로 인해 의류상품의 기획 생산 공급을 일괄적
으로 처리할 수있는 점포운영이 필요해졌다.

디스트리뷰터로 불리는 경력10년이상씩의 영업베테랑들이 각각 전담하고
있는 오족 점포를 순회한다. 한사람의 디스트리뷰터는 정보분석에서 기획
생산 판매의 모든 과정을 컨트롤한다. 주문에서부터 상품이 매장에 진열
되는 전과정을 한사람에게 집중시킴으로써 시간을 단축한다는 것이 오족
방식의 생명이다.

종전에는 신제품이 나오는데 평균6개월이 걸렸지만 새로운 방식에서는
15일정도에 제품을 진열장에 내보내고 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이경우는 유통과정에 필요한 인원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시간이란 측면에서
유통단계를 압축시키고 있는 것이다.

유통망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업체도 있다. 주택설비기기업체인 INAX는
온수좌변기를 판매하는데 다이에란 슈퍼마켓체인과 제휴를 맺었다. 변기
욕조 부엌등 물과 관련된 상품은 시공능력이 있는 수도공사점을 통해서
판매가 이뤄진다는 종래의 인식을 뒤바꾼 것이다. 회사가 노리는 것은
다이에산하에 있는 2백83개점포와 이곳에서 에어콘등 전자제품을 설치해
주는 인력이다. 이들은 여름에는 에어콘을 여름이외에는 온수변기를 설치
하게 된다. 제품은 일반소비자의 경우 곤란을 느껴도 웬만한 도구와 지식을
갖춘 에어콘부착인력이면 문제가 없을 정도로 간편한 시공이 가능하도록
설계된다. 신규수요는 수도공사점등 기존의 채널을 이용하지만 교체수요는
소비자들이 접근하기 편리한 슈퍼마켓을 통하는 유통망의 세분화를 꾀한
것이다.

앞으로도 일본기업들이 유통구조에 대대적인 변화를 주는 것은 불가피하다.
일본유통구조의 변화는 정부와 국민모두가 원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통구조의 불합리가 주택을 비롯한 각종 소비자물가를 높여놓고 이로인해
불안을 느끼는 국민들은 은행에 돈을 맡긴다. 일본정부는 국제적인 현안
사항인 막대한 무역흑자를 유발시키는데도 복잡하게 얽힌 유통구조가 큰몫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박재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