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도 가만있지를 않고 쉴새없이 변화하는 미국의 기업풍토가 패션의
도시 뉴욕에서 또하나의 빅 이벤트를 만들어냈다.

미동부지방에서 상품전시판매회 주최자로서 가장 오랜 명망을 쌓아온
라르킨그룹과 심멜사가 서로 협동,미국에서 제일 다채로운 상품쇼를
만들어낸 것이다.

원래 여성용품 일체를 취급하는 인터내셔널 패션 부티크쇼개최자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한 라르킨은 5년전 아동용품 전문인 인터내셔널 키즈패션쇼를
창설 운영하는 한편 잇따라 인터내셔널 패션 섬유직물 전시회 (Fabric
Exhibition)를 새로 개설,2년째 열어왔다.

한편 심멜은 미국뿐아니라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남성용품 전문 전시
판매회 주최자로 확고한 위치를 자랑해 왔는데 두 거물이 손을 잡고
뉴욕 패션주간을 지정,큰 잔치를 벌인 것이다.

이들 4개의 상품전시회에는 실상 하나 하나가 독립쇼로서의 비중을 갖고
있는데 제비트센터에서 함께 열리게된 것은 요즘의 불경기 탓도 있겠지만
소매및 구입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3월19일부터 나흘간 열린 상품쇼 자체는 그러나 호황기의 흥분과 열기는
아직 느낄수 없고 차분한 분위기여서 경기회복의 열기를 느끼고 싶어했던
필자에게는 조금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전시회의 색깔부터가 그랬다면 너무 과장일까.

표백하지 않은 흰색에서부터 크림우유빛 그리고 조금씩 짙어가다 아예
짙은 회색까지의 색상이 고루 퍼진 이른바 베이지계통의 색이 전시장
곳곳을 온통 휘덮고 있으니 다소곳해질 수밖에 없었다.

남자용품에도 그동안 패션을 리드해왔던 힙합(Hip Hop)의 열기는 간데
없고 회색과 짙은 파랑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색상뿐 아니라 모양에서도 화려하고 요란한 것은 사라져버렸다.

민속적 체취의 침잠된 색깔과 투박한 돌덩이나 나뭇조각 아니면 유리구슬
이 주가된 장신구의 액세서리분야 주도도 확연해졌다. 그중에서도 호박의
출현은 화려했다.

가죽가방 색깔은 아예 몹시 딱할 정도였다. 검정 아니면 구릿빛등의 가장
근본적인 색깔뿐 도대체 흥미를 끌만한 색깔은 눈을 씻고도 찾기 힘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눈에 확 들어 온다거나 새로운 히트 아이템이 없으니 너나없이 맥이
빠졌는데 아마도 제조업자들이 아직은 느긋하게 창작욕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를 갖지 못했기 때문인것 같다.

그러자니 소매업자들도 신바람이 안나기는 마찬가지다. 모두가 이것
저것을 조금씩 알뜰구매만하니 도매상만 진땀이다.

소량주문에 맞서는 도매상의 무기는 다량 주문에 따른 특별할인인데 이
철칙도 깨졌다. 수량에 관계없이 모든 주문을 받고 할인은 할인대로해
줄잡아 20%내외의 가격인하를 제조업계가 감수하고 있다.

그러니까 고급스럽고 값비싼 제품들 대신 대중적 제품을 만들어 대중적
값으로 파는게 제조업자들의 생존전략인게 분명해 보였다.

유태인 중국인 인도인이 판을 치는듯한 뉴욕패션주간에 한국인의 마음이
제법 느긋해질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전시회장 곳곳에 자리를 차지한 코리안 아메리칸 비즈니스맨들의 세련된
제품과 의젓한 세일즈가 전에 비할 수 없이 열기를 띠고 있다. 서울에서
온 것이 분명한 젊은이들의 눈초리가 곳곳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과
소근거림도 전에는 보기 힘들던 희망적 현상이었다.

봄은 분명 오지 않았지만 멀지 않은게 틀림없다고나 할까.

버스속의 백발 유태인 상인의 말이 뇌리에 떠돈다.

"장사가 왜 좋은 건지 알고 있나. 젊은이,항상 희망을 가질수 있기때문
이지. 내일 아니면 모레,내주 아니면 내달에는 팔릴 것이란 확실한 희망을
우리는 갖고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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