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스위스국민들이 오는 2004년이후 대형화물차의 스위스통과를
허용치않기로 결정한후 스위스와 유럽연합(EU)간에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순전히 알프스의 청정한 공기를 지키기 위한 스위스국민들의 선택은
유럽의 남부와 북부를 잇는 운송로가 사실상 봉쇄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스위스국민들은 도로를 이용하고 있는 화물수송을 철도로 대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들의 52%가 찬성한 이번 결정에 대해 EU는 물론 스위스정부도 당황
하기는 마찬가지. 스위스 정부는 92년 12월 EU와의 자유무역지대인
유럽경제지역(EEA)에 참가하는 것을 비슷한 이유로 국민들이 거부함으로써
서유럽지역에서 외톨이가 되다시피 궁지로 몰리고 있는 처지다.

스위스국민의 결정에 발끈한 브뤼셀측은 보복조치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알프스도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이탈리아 독일은 물론이고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등도 강력한 대응책을 요구하고 있다. 스위스주변국들의 화물운송
업자들은 스위스화물에 대해서도 스위스국민들의 결정과 똑같이 EU내 도로
사용을 금지하고 철도만을 이용토록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EU는 그같은 조치보다는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풀려 97년에는 완전히
자유화되는 EU내 항공시장을 스위스국영항공사인 스위스에어에 대해 접근을
제한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결국은 허사가 되고 말았지만 이같은 고립사태를 우려한 스위스정부는
EU와의 화물운송협정이 알프스의 공해를 방지하기에 충분한 내용이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설득했었다. 2년전에 합의한 양측간의 합의사항에 따르면
2004년까지 28t이상의 초대형화물트럭에 대해서는 낮동안만 운행하고 밤과
주말에는 알프스도로를 이용하지 못하도록하고 40t이상에 대해서는 알프스
통과를 전면 금지토록 하고있다.

알프스도로망을 이용하지 못할 경우 이탈리아는 화물을 수송할때마다 4백
km이상을 우회해야 되고 그로인해 연간 7천5백억리라(약4억5천만달러)의
비용을 추가부담해야 할것으로 이탈리아화물운송업자협회는 추산하고 있다.

더욱이 93년에 출범한 단일시장의 성숙에따라 스위스통과도로를 이용하는
대형화물트럭은 80년의 하루 80대에서 10년만에 2천5백대로 늘어났고
금세기말에는 6천대로 급증할 것으로 보이고 있다.

대형화물물동량이 우회함으로써 프랑스 오스트리아 남부독일에서의 심각한
교통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의 국민투표결과는 자주 독일어권 프랑스어권 이탈리아어권으로
크게 삼분돼 있는 스위스인들간의 내분원인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이같은
부정적인 태도가 계속될 경우 통합유럽에 편입되길 원하고 있는 프랑스어권
주민들의 분리욕구를 자극,새로운 유럽의 불씨로 비화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
할수 없다. 유럽대륙의 한복판에 있는 알프스의 환경보전는 스위스만의 문제
가 아니라 유럽전체의 골칫거리가 되고있는 것이다.

<이 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