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컴퓨터 이야기는 그자체가 할리우드의 영화 소재가 되기에 충분하다.

신화로 불려질만큼 출세가도를 달렸던 회사가 파산보호신청을 낸 것도
얘깃거리지만 모든게 끝난것 처럼 보였던 한 기업이 발행한 신주 가격이
6주만에 46%나 올랐다는 것은 더욱 흥미거리다.

월가에서는 왕컴퓨터의 화려한 재기가 "돌아온 왕 컴퓨터"쯤으로 불림직한
할리우드의 클래식영화라고들 말한다.

왕컴퓨터 얘기는 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한 중국계 이민이
설립한 조그만 회사가 전세계에 워드프로세서 선풍을 일으키며 기적에
기적을 연출한다.

절정기였던 84년 한햇동안 22억달러의 매출액에 2억1천만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왕은 그러나 저가격 개인용컴퓨터(PC)에 밀리면서
파산보호신청이라는 쓴맛을 봐야했다. 그때가 92년 8월이었다.

그러나 왕은 재기에 성공했다.

본사건물이 경매에 부쳐지는 억센 역경에도 불구하고 왕컴퓨터는 93년 9월
파산보호신청으로부터 극적으로 회생했다. 1년만에 돌아온 왕 컴퓨터는
재기를 자축이라도 하듯 신주를 발행했고 왕의 주가는 연일 수직상승했다.

왕컴퓨터의 모습은 그러나 그전과는 많이 달랐다. 종업원수도 한창때의
1만3천명에 비해 절반수준인 6천명으로 줄어들었다. 5천5백만달러의
막대한 비용을 들여 건설했던 본사건물은 52만5천달러라는 헐값에
넘어갔다.

그래도 왕은 여전히 강한 힘을 갖고 있고 기회만 오면 언제든지 또다른
제2의 신화를 창출해낼수 있다는 것이 월가의 분석이다.

피를 흘렸지만 결코 굴복하지 않았던 왕의 힘은 여러 곳에 걸쳐 감지되고
있다.

파산보호신청이라는 파국을 극복한 이후 4억5천4백만달러에 달했던 부채가
4백30만달러선까지 대폭 줄어 들었다. 그만큼 재무구조가 건실해졌고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왕은 여전히 세계각지에 걸쳐 1백75개소에 달하는 막강한 판매망을 갖고
있다. 하이테크 기업가운데 이만한 국제 판매망을 갖고 있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왕컴퓨터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왕은 소프트웨어 사업부문을 신설한데 이어 오는 6월까지 전세계 1백75개의
사무소에 소프트웨어만을 전담하는 3백10명의 전문요원을 배치할 계획이다.

왕컴퓨터가 소프트웨어 시장을 공략할만한 혁신적 기술 능력을 갖고
있다는데 대해 의심을 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왕은 휴렛팩커드및 ASK그룹등과도 마케팅 제휴협정을 체결했다.
휴렛팩커드는 이에따라 자사 컴퓨터나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판매할때
왕컴퓨터사의 소프트웨어도 같이 판매하게 됐다. 왕 역시 자사 제품을
판매할때 휴렛팩커드등의 제품도 같이 판매키로 했다.

왕은 이러한 저력을 바탕으로 88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 2천만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왕컴퓨터의 앞날에는 여전히 불확실한 도전과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왕은 무엇보다도 파경직전까지 몰렸던 과거의 후유증을 조속히
극복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땅에 떨어진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시켜야 하고 파산보호신청을 냈던
부실기업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켜야 한다.

앞으로 기대되는 잠재고객들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재기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줌으로써 안심하고 왕컴퓨터의 신신제품을 구입할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왕 컴퓨터의 미니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는 기존고객들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성능개선및 서비스향상을 통해 확실한 수요기반을 확보해야만 한다.

왕은 또 성장이 느린 하드웨어업체의 취약성을 극복하고 고속 성장이
기대되는 소프트웨어부문으로 재빠르게 적응해야 하는 전략적 필요성을
안고 있다. 왕이 할리우드의 피날레를 어떻게 장식할지 주목된다.

<김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