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와 르노의 결별로 소강 상태에 빠졌던 유럽자동차업계에 또다시
M&A(매수합병)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올들어 독일 벤츠자동차와 스위스 SMH사간의 합작발표와 BMW사의영국
로버사 인수를 계기로 M&A에 대한 관심이 부쩍 고조되고 있다.

일부 업체의 경우 지금 당장은 M&A에 대한 필요성을 못느끼고 있을지
모르지만 구조적으로 볼때 결국은 M&A를 통해 적자생존을 모색할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게 유럽 자동차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탈리아의 피아트와 유럽포드등 유럽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자동차메이커
들의 유럽시장점유율은 현재 10-16%선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정도의
점유율로는 생존을 위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전문가
들은 지적한다.

유럽포드사의 자동차컨설턴트인 칼 루드빅센은 "생산과 기술면에서 미국
이나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유럽의 경쟁자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어도
20-25%의 점유율은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유럽자동차 전문가들에 따르면 BMW와 로버에 이어 현재 가장 유력한 M&A
대상 기업으로는 피아트와 르노가 거론되고 있다.

피아트의 경우 재무구조가 매우 취약할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이탈리아
국내시장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피아트의 소유주인 아넬리가는 지난해 가을 극심한 자금난으로 사상처음
으로 경영권 공유를 감수하면서까지 33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해야 했다.

피아트 자동차의 M&A 대상기업으로는 현재 프랑스의 르노자동차가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르노는 볼보와의 합병이 불발로 끝난 이후 지난달
17일 제휴관계까지 청산함으로써 완전한 자유의 몸이됐다. 르노의 경우
그동안 비용절감과 품질향상면에서 상당한 성과가 있었지만 시장점유율
확대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있고 여전히 비용부담을 공유할 파트너를 찾고
있다.

르노에 정통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실제로 피아트와 르노는 이미 1년전에
M&A 협상을 모색한 적이 있으며 최근들어 다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협상내용이 자동차부품에 대한
합작생산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볼보와 르노의 예에서 보듯이 얘기가 더
진전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올해 민영화
작업이 끝난 이후 르노의 행보를 주시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피아트자동차가 소형차에 대한 노하우는 물론
이탈리아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의 짝짓기를 모색할수도 있다고 말한다.

벤츠측으로 볼때도 벤츠가 소형차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피아트의 소형차 기술을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상당한 개연성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볼보와 피아트간의 합병을 점치기도 하지만 볼보 최고경영자인
죄렌 질은 "현재로서는 피아트나 그외 다른 파트너와의 합작이나 합병을
필요로 하고 있지않다. 당분간은 볼보의 재건에만 주력할 방침이다"라고
강조한바 있다. 그러나 자동차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볼때 중간급의
볼보가 합병 없이 독자적으로생존해 나간다는 것은 불가능 하다고
못박는다.

볼보의 경우 피아트가 아니더라도 일본의 미쓰비시나 미국의 크라이슬러
자동차와 합병을 추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크라이슬러의 경우 볼보가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 지프 부문에 강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고 최근들어 수익성면에서 호전을 보이고 있어 볼보와
크라이슬러간의 짝짓기도 유력한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라는 지적이다.

고급 스포츠카 메이커로 유명한 독일의 포르셰자동차도 여전히 독자노선을
고집하고 있지만 지난해 1억3천9백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실정이어서 결국
M&A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합병이 추진될 경우 스테이션 왜건
을 공동 개발했던 폴크스바겐계열의 아우디자동차가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김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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