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자리에 앉아있기 보다는 긴장과 변화를 즐기는 사람이 있다.
미국포드자동차의 일본지사장 코넨 스즈키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스즈키지사장은 "올해 일본에서 포드자동차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업계가 엔고와 경기침체속에 추진력을 잃고있는 지금이야말로
외국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일수 있는 적기라고 그는 생각한다.

뿐만아니라 그는 오는 2000년이전에 포드가 일본자동차시장의 5%를
차지할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제휴관계에 있는 일본 마쓰다사의 제품 10만대를 포함해 연간 20만대까지
팔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이같은 생각에 대해 "무모한 발상"이라고
비웃었다.

왜냐하면 현재 일본시장에서 포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편이기 때문
이다. 포드는 작년 한햇동안 마쓰다제품을 제외한 자사제품을 고작 5천4백
7대 판매했을 뿐이다.

일본시장 점유율로 따지면 1%에도 미치지 못하며 미국 자동차산업을 대표
하는 빅3 가운데서도 가장 적은 실적이다.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
의 경우 각각 8천5백25대와 5천6백99대를 팔았다.

그러나 지난1월 포드사의 매출실적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92%의 신장률을
보이자 주변에서는 그의 말이 결코 무모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침체된 일본시장이고 보면 놀라운 발전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포드사의 이같은 실적은 그가 개척해놓은 판매망 덕분이었으며
일본시장에 적합한 다양한 판촉활동의 결과였다.

스즈키 덕분에 포드는 일본에 진출한 빅3가운데 가장 많은 일본계 대리점을
확보했다. 일본의 자동차 판매대리점들은 메이커들과 인적 물적 유대관계를
맺고있어 미국산 제품판매를 꺼려하고 있다는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이미 닛산자동차의 대형대리점들 가운데 하나를 설득,포드차를 판매
하고 있으며 오는 2000년까지 1천여개의 대리점을 확보할 작정이다.

이와함께 스즈키사장은 대중매체를 통한 광고에 수백만달러의 비용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매주 닷새씩 저녁시간을 이용한
TV광고를 통해 "타우루스"모델을 집중적으로 선전했다.

특히 미국제품에 대한 일본인들의 나쁜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친근감을
주는 문구를 사용하면서 일본인들이 선호하는 넓은 공간의 개념을 강조했다.

"나의 포드 최고" "타우루스 왜건 하나면 두가족이라도 좋다"등이 그것.
지난달 타우루스 모델의 판매실적이 기대이상으로 좋았던 것은 광고덕분
이라고 그는 믿고있다.

판촉을 위한 또다른 전략은 가격인하였다. 엔고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업계가 가격인하에 소극적인 점을 십분 활용하자는 전략이었다.
타우루스 왜건의 소비자가격을 2만8천8백74달러로 책정,경쟁모델인
도요타의 "캄리"보다 6백달러 가량 낮게 팔았다.

주변에서는 스즈키지사장의 이같은 전략을 지역특성화 전략이라고 부른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일본의 실정에 맞는 제품을 그들의 정서에 맞는 광고를
통해 판매실적을 높인다는 뜻이다.

이같은 전략은 물론 그가 일본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가
가진 남다른 세일즈능력에서 나온 것이다.

61년 도요타자동차에 입사한 스즈키지사장은 처음부터 세일즈에 남다른
능력을 발휘해 당시 고관대작들이 주로 타는 "크라운"의 판매를 대폭
늘리는데 기여했다. 그는 작달막한 검은색 세단에 흰색을 칠해 대중의
차로 만드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이어 72년 당시 자동차 전문지가 "가장 인기없는 차"로 낙인찍은 "코롤라"
의 판매를 위해 미국에 파견된다. 스즈키는 얼마 안가 코롤라를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차로 만들었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도요타의 전무자리까지 승진했다.

지난 91년 그가 포드로 자리를 옮기자 주변의 놀라움은 컸다. 그 역시
승승장구할수 있는 자리를 박차고 또하나의 승부에 도전하는데는 큰 위험이
따른다는 사실을 잘알고 있었다.

"나는 풍랑이 가라앉으면 배멀미를 하는 사람인가 봅니다"그는 이유를
묻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일평생 자동차 세일즈맨의 길을 걸어온 사람만이 가질수 있는 승부사적
기질인 것이다. 무엇인가 새롭고 긴박한 상황에 뛰어들어 한판 승부를
벌여야 직성이 풀리는 스즈키지사장의 이같은 기질 덕분에 일본시장에서
포드자동차의 입지는 점차 탄탄해질 것이다.

<강진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