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무역마찰이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양국의 포괄경제협상실패직후 "태평양무역전쟁"이 곧 터질것 같던 긴장감
은 약화되고 재협상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이 여전히 대일보복을 얘기하고 있지만 실제 행동은 보류하고 있고
일본도 당초의 강경입장에서 후퇴,시장개방조치를 마련중이다. 이에따라
미국의 대일보복-일본의 대미역보복을 초래할 무역전쟁의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지난 11일 미일정상회담이 성과없이 끝나고 클린턴미대통령이 대일보복계획
을 밝히자 무역전쟁은 피할수 없는 사실로 비춰졌다. 호소카와 일본총리도
미국이 싸움을 걸면 미상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거나 관세무역일반협정
(GATT)에 제소하는등 정면대결을 벌이겠다고 응수,세계 대경제국들간 무역
전쟁이 외견상으로는 일촉즉발의 상태까지 갔다.

그러나 양국의 통상마찰이 상호보복의 무역전으로까지 악화될것으로 보는
견해는 처음부터 많지 않았다. 미국의 속셈과 일본의 경제사정을 뜯어볼때
서로에게 손해인 무역전쟁은 결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이같은 판단근거는 우선 미국의 목적이 일본시장개방이지 일본경제에
피해를 주려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무역제재는 시장개방을 위한 수단일
뿐이지 목표는 아니라고 미행정부관리들과 통상전문가들은 지적해왔다.

이는 지난 10여일동안 미국이 보복위협만 했지 실제로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는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보복위협을 앞세워 일본으로 하여금 미국의
시장개방요구를 수용토록 한다는게 미국의 의도이자 대일통상전략골격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당장이라도 강력한 보복조치를 내놓을 것 같던 클린턴정부는 현재 보복
발표를 연기하면서 일본의 시장개방노력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취하고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미정부의 방향전환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클린턴대통령은
애초부터 이럴 작정이었을 것이라고 국제통상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처음에 강하게 밀어부치면 일본이 꼬리를 내리고 미흡하나마 일단
시장개방노력을 보일 것으로 미국측은 예상했다는 것이다. 슈퍼301조
부활위협이나 엔고유도,일본휴대용전화기에 대한 관세인상계획은 미국의
대일보복의지를 과시함으로써 일본의 양보를 끌어내기위한 전략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이 엄포만 놓고 행동을 취하지 않고있는 데는 호소카와일총리를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아넣기를 원치않는 클린턴대통령의 배려도 작용하고
있다.

클린턴대통령은 호소카와총리가 역대총리중 가장 미국에 우호적이고
일본의 정치경제를 개혁할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하고 있다. 이때문에
호소카와총리의 정치적생명을 위협할지도 모를 극단적인 대일무역제재를
될수있으면 취하지 않는 방향으로 미일통상마찰이 해결되기를 원하고 있다.

일본도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의 시장개방요구에 대한 반감을 누그러뜨리고
협상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무역전쟁이 일어나봐야 손해는 미국보다 일본이 훨씬 더 크다는
어쩔수없는 현실을 인식,가시적인 시장개방조치를 입안중이다.
무역규제완화,외국기업의 일본시장진출실적을 수치로 평가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미국의 보복을 피하기위해 애쓰고 있다.

미국에 정면대결해 한번쯤 일본의 자존심을 살려보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지만 그보다는 경제적인 득실이 우선이라는 "경제동물"로서의
현실적인 판단이 감정을 잠재우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미일통상마찰격화가 초래할 엔고와 대미수출감소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 무역전쟁이 발생,엔화가치가 달러당 1백엔선을 돌파할경우 장기불황
에 빠져있는 일본경제로서는 회복이 더욱 어려워질수밖에 없다.

일본상품이 품질면에서는 출중한 해외경쟁력을 갖고있지만 엔화환율이
1백엔밑으로 내려가면 가격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수출위축은 불가피해진다.

더우기 미국이 무역보복을 행동으로 옮겨 일본상품에 대해 관세를
인상하거나 수입물량을 제한할경우 대미수출감소는 필연적이다. 이처럼
엄청난 댓가를 치루면서까지 자존심을 살릴수 없는게 일본의 경제적
현실이다.

양국의 이같은 입장을 감안할때 미일무역분쟁은 미키 캔터미무역대표가
지난주말 지적했듯이 무역전쟁없이 추가협상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훈기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