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클린에서 태어나 세계를 돌아다니다 마침내 기업 총수로 등극하다"
이는 오는 3월1일 세계적인 석유회사이면서 미국에서 네번째로 큰 기업인
모빌사의 새 사장에 오를 루치오 A 노토(50)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현재 이 회사의 기획담당부사장으로 재직중이다.

그의 등장은 세계 석유업계가 처한 현 상황및 모빌사가 앞으로 나갈
방향과 그가 가진 잠재능력이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세계 각국은 지금 석유위기의 경험과 날로 심각해지는 환경문제에
대응하기위해 대체에너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어 석유업계로서는 여간
힘든 상황이 아니다.

또한 모빌사는 앞으로 석유제품의 개발이나 판매를 위해 세계 각지로
영업망을 넓히려 하고 있다.

그야말로 국제적인 경영인이 필요한 시점에서 회사는 각지를 두루 거친
노토의 경력과 어느 곳에서나 쉽게 자기사람을 만드는 그의 친화력을 높이
산 것이라고 회사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그는 자신과 혈연관계가 있는 이탈리아는 물론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등
서구인들로서는 좀처럼 익숙해지기 어려운 지역을 두루 거쳤으며 어느곳
에서나 능숙하게 업무를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스타일면에서도 현사장인 알렌 머레이와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머레이 사장이 매사에 나서기를 싫어하며 정치인들과 만나는 일등을
꺼리는 편인데 반해 그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이같은 일들을 즐겨할
인물이라는 것.

또 노토가 사장에 오르게됐지만 해야할 일들이 결코 쉽지않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회사의 당면 과제인 세계화 또는 국제화를 이루어야 한다. 여기에는
새로운 유전의 탐사및 개발과 같은 거액의 자금이 소요되는 프로젝트가
포함돼 있다. 특히 새 유전의 개발은 대체로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베트남과
러시아 카자흐스탄공화국등지에서 추진될 예정이어서 그의 짐은 한결 무겁다

또 전임자가 완수하지 못한 카타르에서의 가스전 개발사업추진도 있다.
이 사업에는 80억달러가 소요될 예정이며 이의 절반은 각국의 금융기관
으로부터 빌려와야 할 형편이다.

회사의 규모를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전임자의 뒤를이어 회사의 경량화
내지는 경영합리화를 계속 추진해야 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지난 38년 미국의 거친땅 부르클린에서 이탈리아 시실리 출신
이민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노토는 리어카를 끌며 청소년기를 보냈다.

어려서부터 숫자감각에 뛰어났던 노토는 노트르담 대학에 입학해 물리학을
전공했으며 이어 24세인 62년 코넬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학업을 마친뒤 그는 곧바로 모빌사에 입사,기획팀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
했다. 그가 처음 국제무대로 나선것은 68년 일본에서 근무를 시작하면서
부터.

이때 일본노동자들과 함께 근무하며 일본어를 배웠고 일본문화를 익혔다.
이때의 경험은 현재 진행중인 카타르 가스전 개발이후 일본을 고객으로
유치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그는 믿고 있다.

73년에는 모빌 오일 이탈리아나의 전무 자격으로 이탈리아에서 근무를
시작했으며 79년에는 합작사업 추진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로 갔다.
이곳에서 그는 많은 지인을 만들었으며 이는 현지에서의 사업추진에 큰
도움을 주었다.

세계최대의 석유매장량을 갖고 있는 사우디에서의 사업은 모빌사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했으므로 그의 공헌은 회사 경영진으로 하여금 그를
주시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자신의 "성공"에 대해 그는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겸손해
한다. 회사가 중요한 사업을 추진하는 곳에서 근무하는 행운을 얻어
경영진의 눈에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아침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며 7시에 도요타 랜드크루저를 타고
회사에 출근해 오후 6시45분께 퇴근한다. 자동차와 그림을 수집하는 것이
취미이며 아내와 다섯 자녀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또 시간을 내 작가나 예술가들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며 삶의
영역을 넓히려 노력한다.

국제화시대를 이끌어갈 기업인이라면 모름지기 나라 혹은 지역의 언어와
문화장벽을 뛰어넘을수 있어야 한다. 현지의 독특한 문화에 잘 적응하고
현지인들과 쉽게 친해질수 있어야만 사업상의 어려움들을 원활히 해결할수
있기 때문이다. 모빌사의 사장교체는 이같은 시대적 요구에 따른 것임에
틀림없다.

<강진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