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사회간접자본(SOC)시설 확충사업은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환경 조성
노력의 결정판이다. 대만정부는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은 최소화하는
대신 대대적인 SOC건설을 통해 기업을 간접 지원한다.

대만의 SOC확충사업에는 뚜렷한 특징이 있다. 사업내용을 항목별 연도별로
세분,장기적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연속적으로 추진한다는 점이다.

지난73년 시작된 "10개항 공공건설 프로젝트 추진계획",80년의 "12개항목
건설계획",84년"14개항 건설계획"등이 잇달아 추진됐다.

지난91년부터 시작,현재 추진중인 "국가건설 6개년계획"도 이같은 SOC
사업의 연장이다.

대만정부가 국가건설 6개년 계획을 위해 책정한 자금은 2,311억달러.
당초에는 3,108억달러였으나 재정부담을 고려,수정했다. 건설프로젝트도
당초의 775건에서 632건으로 줄었다.

이처럼 규모가 줄어들기는 했어도 국가건설계획은 여전히 매머드급
프로젝트임에는 틀림없다.

설기 대만경제건설위 부위원장은 "계획의 수정은 건설사업의 충실도를
더하기위한 전략적 후퇴였다"고 말하고있다.

계획의 겉모습에 매달려 졸속 공사를 하느니 차라리 규모를 축소해서라도
튼튼하게 건설하겠다는 설명이다. 실리를 중시하는 중국인의 기질은
여기서도 나타난다.

국가건설 6개년계획은 6년안에 모든 사업을 완성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건설항목을 구체적으로 살피면 상당수 프로젝트가 2000년대에 완공되게끔
잡혀있다. 대만인들은 이를들어 "6개년계획"이 아닌 "2000년대계획"이라고
말한다.

대만은 6개년건설계획을 추진하면서 신조어를 하나 만들었다. "전국 8시간
생활권"이 그것이다. 대만 전국을 한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을 8시간
안으로 줄이자는 슬로건이다. 이에따라 대만도를 감싸는 고속도로를 4개
더 만들 작정이다. 남북을 연결하는 두번째 고속도로인 "북이고속도로"는
이미 일부 개통되기도 했다.

국가건설프로젝트의 현장은 대만 전역에 퍼져있다. 대만 어디를 가더라도
해머소리 드릴소리 인부들의 삽질소리를 쉽게 들을수있다. 대만 전체가
SOC공사로 시끌벅적한 셈이다.

대만북부 타이베이와 남부 가오슝(고웅)등의 주요 도시 도로는 지하철
공사로 파헤쳐져있다. 타이베이근교인 도원 신죽 태중 태남등도 곧 전철
공사가 착공된다.

대만의 양대 국제공항인 타이베이의 중정공항과 가오슝공항은 터미널
확장공사가 한창이다.

대만 제1의 국제항구인 가오슝항의 확장공사도 진행중이다. 오는 98년
완공될 이 부두확장공사는 105억대만달러(한화 약3,105억원)를 투입,
컨테이너부두 8개를 신설하는 것이다. 부두확장공사는 가오슝 만이
아니다. 마공항 타이중항 안평항 기륭항등 국제급 규모의 항구가 모두
확장된다.

"일부에서는 대만의 6개년계획이 자금부족으로 흐지부지 될것이라는
전망을 하곤 합니다. 그러나 현지 사정은 달라요.

이 계획에 따라 현재 대만에는 연간 공공분야에서 200억달러,민간분야에서
150억달러등 총350억달러의 건설시장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 시장을
겨냥해 일본의 구마가이(웅곡),미국의 벡텔,유럽의 토르노등 세계 굴지의
건설업체들이 진출해있지요" 타이베이의 지하철공사 작업을 지도하고있는
삼성건설의 김헌홍타이베이지사장은 대만의 건설시장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회간접자본시설 완비는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지속적으로
추진해도 될까 말까합니다. 대만은 6개년계획이 끝나면 또다른 SOC프로젝트
를 추진할 것입니다"

설부위원장은 이말과 함께 "불파만 지파정(느린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오히려 더 무서운 것은 멈추는 것이다)"라는 중국 격언을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