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베트남)를 쳐다 볼수 있으나 키스할 수는 없다" 작년 8월.
석유개발권을 따내기위해 베트남을 방문한 미국 모빌사의 켄트 아코드
부사장이 내뱉은 푸념이었다.

미국의 베트남에 대한 엠바고(금수조치)해제로 미기업은 이제 더이상
눈앞에 이익을 두고도 이처럼 맥없이 돌아설 이유가 없어졌다. 여태껏
미국과 공동보조를 취해온 일본의 대기업도 거리낌없이 나설게 명확하다.

"이제는 일본대기업이 움직일 것이며 미국회사도 베트남의 석유개발에
참여할수 있어 베트남의 경제사정이 상당히 호전될것이다" 우엔 테 흥
국가투자협력위원회(SCCI)산업투자담당관의 전망은 매우 함축적이었다.

흥씨가 미국과 관련,유전개발을 거론한 것은 예사롭게 한 말이 아니다.
"베트남정부가 석유매장량이 가장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드래곤 베어
광구를 엠바고해제에 대한 답례용으로 남겨두고 있다"는 설은 베트남
고위당국자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베트남시장에서 보여줄 미국의
힘을 대변해주는 대목이다.

미국기업들은 지난 92년말 지사설치가 허용된 이래 1년만에 30여개가
베트남에 시장기반을 다지고있다. 엠바고해제를 눈앞에 둔 1일에는 GE사의
통상사절단이 방문,보 반 키에트수상과 경제협력문제를 협의하는등 급격한
관계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클라이슬러를 비롯한 자동차업계는 일본자동차
업체의 시장선점을 우려해 오래전부너 베트남정부에 로비를 펼 정도이다.

조영복 무공호치민무역관장은 "코카콜라는 싱가포르 자회사를 통해 이미
공장설립 준비를 끝냈으며 베트남 최대 프로젝트인 2천 의 1번국도
고속화사업에 미국기업이 최소한 10개사는 참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트남진출에 가장 치밀한 준비를 해온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지난해
11월 베트남 원조공여국회의에서 5억5천5백만달러의 원조를 약속해 재력을
과시했다. 이규모는 당시 회의참여국이 제시한 총원조액 18억6천만달러의
30%에 이르는 것이다.

이 원조는 대부분이 발전소건설,국도개량사업,철도사업등 초대형프로젝트
에 투입된다. 이들 프로젝트는 물론 일본기업의 몫으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지금까지는 검토하는 기간이었다. 이제는 본격적인 투자를 벌일 시기
이다" 나오키 아주마 일본쓰미토모상사 호치민 지사장은 일본기업의
기술과 자본 그리고 경영능력이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태도였다.

하노이의 쇼고 도쿠라지사장은 한술 더 떴다. "판 반 카이부통령등과의
회담을 통해 여러 프로젝트가 제안되고 검토되었다. 향후 3~4년내에
일본이 최대의 투자국이 될것이다" 일본기업의 자신감은 한국과 대만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동안 엄청난 자금을 들여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온
준비과정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일본기업들이 베트남 각계의 유력인사와
꾸준히 인맥을 구축해온 것도 큰 재산이다.

선진국 그룹에서는 베트남을 식민지배한 경험이 있는 프랑스가 가장
적극적이다. 베트남의 주요호텔이면 어디서든 프랑스인들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프랑스의 진출이 눈에 띈다. 비지니스에서 베트남 투자 진출실적
(허가기준)이 5억5천만달러로 3위를 기록한 것은 물론 외국인의 인적이
드문 중부지역 후에 다낭에까지 프랑스 단체관광객이 물결을 이룰정도로
베트남에 가까워져 있다.

한국이 베트남시장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을 치뤄야 할 상대는 역시 대만
홍콩 싱가포르등 베트남과 문화적 배경이 흡사하고 한국과 경제수준도
비슷한 중국계 자본이다. 베트남 최대의 합작투자사업인 2억8천8백만달러
규모의 하이퐁시멘트는 물론 호치민시 중심가에 신축중인 초대형 호텔의
합작선은 모두 이들 중국계 자본이다.

이가운데 대만은 93년말까지 1백16건 15억달러의 투자허가를 받아 베트남
투자진출 1위국을 기록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홍콩이 1백65건 10억4천만
달러로 2위,싱가포르가 49건 3억7천만달러로 6위를 나타내고있다.

한국은 최근들어 투자진출에 활기를 띠어 53건 4억9천7백만달러로 4위로
급부상했다. 조영복관장은 "지난해는 한국업체의 투자진출이 한달 평균
3건꼴로 이뤄졌다"며 국내업체의 진출붐을 설명했다. 비공식적인 진출까지
합하면 두배가 넘을 것이란다.

대만은 이미 추월하기 힘들만큼 앞서있다. 세계에 32개의 무역관을
두고있는 CETRA(대만무역진흥회)가 1국 1무역관 체제의 틀을 깨고 하노이와
호치민에 2개의 무역관을 차릴정도로 베트남 진출에 적극적이다. 8천만달러
를 들여 6백50만평규모의 탄 투안수출가공구(EPZ)와 신도시개발등 대형
프로젝트를 속속 추진중이기도 하다.

"베트남은 대만과 문화 풍습이 비슷하고 지리도 가깝다. 베트남에 거주
하는 1백만 화교도 대만기업에 큰 힘이 되고있다" 황계연 CETRA 호치민
무역관장은 대만기업의 베트남 투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열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수
밖에 없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