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항공업계의 몸살이 계속되고있다. 전쟁을 방불케하는 전세계
항공업계의 각축전은 물론 오래된 얘기다. 그러나 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일본업계만큼은 비교적 무풍지대를 살아왔었다.

엄청난 숫자의 내국인 해외여행객을 기반으로 큰소리를 쳐왔던 일본
항공업계의 최근 모습은 격세지감을 느끼게한다. 최근엔 일본항공
(JAL)이 무려 5,000명을 감원하고 투자계획도 대폭 줄인다고 발표할
정도다.

여기에 마일리지 서비스라는 분야에서 일본업계의 싸움이 절정으로
치닫고있어 화제다.

마일리지 서비스는 탑승객이 일정거리이상을 자사비행기로 여행하면
무료탑승권을 주거나 요금을 할인해주는 제도이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보통실 운임으로 고급 또는 특실좌석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국제
항공업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실시해왔었다. 마일리지 서비스따위는
거들떠 보지도 않던 일본의 항공사들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이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그동안 일본업계는 마일리지 서비스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던 정부를 핑계대며 이 서비스채택을 외면해왔다.

우선 일본에 진출해있던 외국항공사들이 지난해부터 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경쟁에 불을 붙였다. 하반기들어서는 일본업계가 잇달아
마일리지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본 정부역시 그동안의 태도를 바꿔 이를 용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있다. 일본 공정거래 위원회는 최근까지만해도 5만엔이상의
경품을 금지한다는 경품표시법상의 조항을 내세워 마일리지 서비스를
허락하지 않아왔었다.

마일리지 서비스는 정규운임만 혜택을 주는 방식과 할인운임도 포함하는
방식이 있다. 미국계 항공사들은 할인운임까지 혜택을 주고있는 반면 아직
일본계는 정규운임에만 혜택을 주고있다.

일본에 진출해있는 노스웨스트항공은 이외에도 제휴크레디트카드를
갖고있는 경우 항공권구입비외에 여행중 카드사용료도 탑승거리에
포함시키고 타이항공은 회원전용의 여행용가방을 증정하는 등으로 경쟁을
부추기고있다.

일본항공사들이 울며겨자먹기식 마일리지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이었다. JAL측은 일본에서 세계각지로 가는 자사비행노선이 워낙많아
비즈니스맨들이 탑승거리를 쌓는 것은 식은 죽먹기라며 떨떠름한 표정
이지만 그렇다고 별다른 대응수단이 있는것도아니다.

마일리지 서비스는 이미 10년전 미국에서 시작된이후 전세계의
항공업계로 퍼져갔다. 일본의 공정거래 규정은 매출액의 10%이내 또는
5만엔이하로 경품을 제한해왔으나 앉아서 고객을 뺏길수없다는 다급함
때문에 최근엔 무용지물이 되고말았다.

일본업계에서도 그동안엔 비행기를 이용할 사람은 서비스없이도 모두
이용한다는 식의 배짱에다 일본업자 특유의 담합으로 이같은 출혈서비스를
막아왔었다. 그러나 세상은 음속비행기만큼이나 빨리 변했고 일본
항공업계에도 이젠 거센 경쟁의 시대에 직면하고 있다.

<정규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