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이 롯데백화점을 사버리려고 덤벼드는 것 같은 사태가 미국
동업계에서 새해 벽두부터 벌어졌다.

연휴끝에 느긋이 출근한 뉴욕,아니 전 미국의 재계를 깜짝 놀라게 한
페더레이티드 디파트먼트 스토어의 기습적인 메이시백화점 공략작전은
1월2일 일요일 드디어 교두보확보에 성공,진지구축에 들어갔다.

전미 대륙 곳곳에 매장을 두고 미국 최대규모,최고수준의 경영기법을
보유한 백화점왕국의 건설이 과연 이룩될 것인가.

요즘 미국 경제계와 일반투자가들은 이를 흥미롭게 지켜 보고있다.
한국의 여행객도 이래저래 한번씩은 들르게 되고 단일 매장으로는 세계
최대규모의 본점을 뉴욕에 갖고 있는 메이시는 산하점포가 2백17개에 연
판매액이 63억달러에 달하는 전통있는 백화점으로 자체 브랜드의 의류중심
상품개발 판매에 뛰어나다.

페더레이티드도 사실 우리에게 낯선 회사가 아니다.

한국인들 사이에도 꽤나 알려진 블루밍데일 백화점과 에이브람스 앤드
스트라우스 백화점등이 모두 이 회사 소유로 모두 2백19개의 점포를 산하에
두고 연 70억달러의 판매실적을 거두고 있다.

연판매액 1백91억달러의 J.C페니백회점을 으뜸으로 시어스,메이,딜라드,
울워스등이 포진하고 있는 미국의 백화점업계에서 메이시와 페더레이티드는
특히 우정과 원한이 교차하는 숙명적인 관계를 맺어오던 참인데 공교롭게
또하나의 전기를 맞게 되었다.

동지도 적도 없는 기업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두 회사
간의 곡절많은 사연은 지난 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끗발좋게 내달리던 당시의 메이시는 페더레이티드에 눈독을 들였었는데
엉뚱한 회사가 나서서 웃돈을 얹어 사버리고 말았다.

메이시는 그당시 페더레이티드방계의 두 회사를 차지하는 것으로 주저
앉아야 했었는데 이때 팔려간 회사의 사장중 한명이 사표를 내고 프랑스로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심신의 재충전과 자신의 강약점 발견을 위해 유랑하던 젊은 경영자가 바로
오늘의 페더레이티드회장인 알렌 퀘스트롬이다.

경험없는 새주인 아래서 죽을 쑤던 페더레이티드회사가 끝내 파산지경에
이르게되자 그간 훌륭한 최고경영자로 성장한 퀘스트롬을 모셔 간 것이다.

지금도 일주일의 2,3일은 매장에서 고객과 일선간부들 속에 섞여 일하는
퀘스트롬회장은 친절이 몸에 밴 종업원 확보를 위해 교사,항공승무원,
연예계 출신의 우선 채용을 고집하고 팀워크와 운영 및 백화점의 극장화
분위기 조성등을 꾀하는 독특한 경영수법을 쓰는 화려한 개성적 인물이다.

2년만에 파산에서 벗어났을 뿐아니라 경쟁자까지 합병해버리려는 대담한
경영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메이시도 그간 굴곡이 많았는데 과욕에 빠진 사주가 빚에 못이겨 결국은
물러나고 92년 1월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법원보호아래 경영정상화 과정에 있는 메이시를 이끄는 현재의 마이톤
울만회장도 한때 퀘스트롬회장과 페더레이티드에서 함께 일했었다.

지난 가을이래 퀘스트롬회장은 극비리에 메이시의 최대 채권자인 프루덴셜
보험회사와 흥정을 벌여오다 정월초하루에 매듭을 지어 버렸다.

프루덴셜이 메이시에 갖고 있는 약 10억달러 상당의 채권중 절반(1억9백
30만달러)을 현금으로 지불하고 나머지는 3년분할 상환조건으로 매입하기로
한 것이다.

내보낸 사장을 데려다 쓰려는 메이시와 지난 여름 석달동안 고소전을
벌였던 두사람이 이제는 먹느냐 먹히느냐의 최후의 결전을 벌이게 됐다.

퀘스트롬의 신전략은 CBS방송사주,GE,홍콩재벌등이 연관된 채권단 및 대중
투자자,그리고 반독점법과 관련한 정부태도등 상당한 장애가 예상되고 울만
회장의 저항도 만만찮을 기세다.

그리고 딜라드,메이등 동업계의 참전도 예상할 수 있어 백화점업계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미 단일규모의 초대형 백화점을 구축,경비절감과 구매력의
극대화를 꾀하는 위대한 장사꾼 퀘스트롬회장의 원대한 전략에 미재계는
숨을 죽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