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냉전후 국제경제에 새로운 질서가 구축되는 첫해인 94년은 지역주의와
세계주의라는 상호 상반된 모습으로 그막이 올랐다.
지역주의와 세계주의의 공존은 올해 국제경제질서의 가장 큰 특징이다.
앞으로 국제경제는 이 두개의 물줄기속에서 상호대결과 협력이 함께하는
신질서를 구축해나가게 될것이다.

지난 1일을 기해 정식으로 발효된 유럽경제지역(EEA)협정과 북미자유
무역협정(NAFTA)은 국제경제의 지역주의화를 대표하는 사건이다.
전세계를 하나의 거대한 단일시장으로 만드는 우루과이라운드(UR)협정의
발효를 준비하는 올해는 또 세계주의가 착근하는 시기이다.

지역주의는 일부 특정지역들의 경제이기주의를 토대로 한 경제블록의
가속화를 의미한다. 세계주의는 크고작은 경제블록의 경계선을 허물어
뜨리고 지구촌의 무역자유화를 촉진시키는 작업이다.
국제경제의 지역주의화는 EEA의 탄생과 NAFTA의 발효로 그모습을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12개 유럽연합(EU)국가들과 5개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국가들을 하나의
시장으로 묶는 EEA는 지금까지 지구상에 탄생한 최대의 단일경제시장이다.
예외없는 관세화를 통한 자유무역의 구현을 목표로 하고있는 UR의 정신에
배치되는 EEA는 서유럽을 북극에서 지중해까지 남북으로 관통,하나의
지역경제블록으로 만들었다.

EEA는 역내국가들간의 무역장벽을 제거, 모든 상품과 용역이 자유롭게
이동할수 있게 하는 지역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EEA국가들은 무역과
직접 관련이 없는 교육 연구 개발 환경 소비자정책 관광 통계분야에서도
통일된 규범을 만들어 일체화를 더욱 가속화해나갈 계획으로 있다.
반면에 역외국가들에 대해서는 기존의 관세나 수출입제한장치를 그대로
적용함으로써 저절로 역외국가들의 대EEA수출은 전보다 힘들어지게된다.
이때문에 EEA는 지역경제블록의 한 단면인 배타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를 자유무역지대로 묶는 NAFTA의 발효는 아메리카
대륙을 블록화하는 또하나의 지역주의실체이다.
면적에서는 EEA의 5배에 달하지만 경제규모와 소비자수와같은 경제적인
면에서는 EEA에 뒤지는 세계2위의 경제블록이다. 같은 지역경제블록이기는
하나 NAFTA는 상품외에 노동시장만 자유화하고 있어 상품뿐만 아니라
역내의 거의 모든 서비스시장까지 개방하고 있는 EEA에 비해 경제의
결속력이 다소 떨어진다.

EEA와 NAFTA는 역내국가간에는 무관세의 자유무역을 실시하지만 역외
국가들에는 교역차별을 두는 보호주의색채를 강하게 띠고 있어 야누스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

바로 이때문에 지역경제블록은 모든 국가들에 대해 차별없는 자유무역을
구현하려는 UR의 세계주의와 대립상태에 있다.
지역경제블록은 역내의 자유무역실현을 목표로 한다는 대의명분을 걸고
있다. 이는 UR로는 완전히 구현하지 못할 "국경없는 교역"의 이상을
이해관계가 서로 일치하는 국가들끼리 우선 실현해나간다는 의의는 있다.

그러나 세계가 내년에 정식으로 출범하는 UR의 세계자유무역체제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지역주의는 전세계무역을
자유화하는 세계주의에 장애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이나 독일등 경제부국들이 UR체제와는 별도로 지난 1일부터
지역경제블록의 엔진에 본격적으로 불을 댕긴것은 앞으로 새롭게 짜여질
국제무역질서가 어는 한방향으로만 나아가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이는
94년의 무역질서가 보호주의의 강화나 자유무역의 확대,그 어느쪽으로도
나아갈수 있음을 예고해주는 것이다.

<이정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