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골프계가 '슈퍼 스타'의 탄생에 들썩이고 있다. 주인공은 자신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프로 데뷔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로즈 장(20·미국)이다.

장은 5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저지시티의 리버티 내셔널GC(파72)에서 열린 미즈호 아메리카스오픈(총상금 275만달러)에서 최종합계 9언더파를 친 뒤 이어진 연장전에서 제니퍼 컵초(미국)를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장은 1차 연장에서 비긴 뒤 2차 연장에서 파를 기록해 보기에 그친 컵초를 눌렀다. 우승상금은 41만2500달러(약 5억4000만원).

이로써 장은 72년만에 프로 데뷔전을 LPGA투어에서 치러 곧바로 우승한 선수가 됐다. 이전까진 1951년 이스턴오픈 베벌리 핸슨(미국)이 유일했다. 고진영(28)이 2018년 LPGA투어 회원 자격으로 출전한 첫 대회에서 우승한 기록이 있으나, 고진영은 이 전에 프로 자격으로 LPGA투어에 나와 2017년 우승까지 한 경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장의 기록과는 다른 사례다. 2019년 브리티시여자오픈의 시부노 히나코(일본) 역시 이전에 일본에서 프로 경력이 있었다. 장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곧바로 LPGA투어 회원 자격을 얻었다.

중국계 미국인인 장은 이미 대회 전부터 '제2의 미셸 위'로 불리는 등 미국 언론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선수다. 장은 아마추어 세계 1위 최장기간(141주) 기록 보유자이며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사상 최초의 개인전 2연패, 미국 스탠퍼드대 사상 최다 우승 기록(12승) 등 화려한 이력을 쌓아왔다. 12승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11승)를 뛰어 넘는 기록이다. 올해 4월에는 오거스타 여자 아마추어 대회에서도 정상에 오른 바 있다. 이런 장에게 골프 전문지는 물론 뉴욕타임스 등 유력 매체들도 그를 다루며 데뷔 전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아디다스, 델타항공, 캘러웨이 등 일찍 스타성을 알아본 기업들로부터 대학 선수로는 드물게 후원 계약을 맺기도 했다.

장은 이날 버디를 하나도 기록하지 못할 정도로 샷이 흔들렸다. 이날 경기한 선수 62명 가운데 유일하게 버디를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1타 차 단독 1위였던 16번홀(파4)에서 짧은 버디 퍼트를 놓쳤고, 18번홀(파4)에서도 승부를 끝낼 수 있던 짧은 2m 남짓한 퍼트를 놓쳐 연장에 끌려 들어갔다. 그러나 이는 더 화려한 대관식을 위한 요소로 작용했다. 장은 2차 연장에서 두 번째 샷을 홀 약 2m에 붙이며 컵초를 따돌렸다. 장은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믿을 수 없다"며 "불과 몇 주 전에 NCAA 대회에서 우승했는데 프로로 전향해 오늘 이런 결과를 만든 것이 놀랍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의 우승에 '스탠퍼드 동문'인 미셸 위 웨스트(미국)와 우즈도 축하 인사를 보냈다. 위 웨스트는 경기 뒤 직접 장에게 찾아가 축하 인사를 건넸다. 우즈는 경기 후 자신의 트위터에 "장은 얼마 전에 NCAA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더니 이제는 프로 데뷔전에서 우승까지 하며 지난 몇 주간 환상적인 시간을 보냈다"고 적었다.

한국 선수로는 유해란(22)이 8언더파 280타 단독 3위를 차지했다. 고진영(28)은 4언더파 284타 공동 13위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