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천재’ 리디아 고(25·사진)가 남편의 캐디로 나섰다가 ‘해고’될 뻔한 사연을 전했다. 18일 미국 골프위크에 따르면 리디아 고는 최근 남편 정준 씨의 아마추어 대회에서 캐디를 맡았다. 최근 몇 개 대회에서 이어진 부진을 털어내기 위한 재충전 시간 동안 새로운 경험을 한 셈이다.

지난해 말 결혼한 리디아 고는 두 달 만에 출전한 아람코사우디레이디스 인터내셔널에서 우승하며 기분 좋게 시즌을 출발했다. 하지만 3월부터 출전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는 부진을 겪었다. 시즌 첫 메이저 대회였던 셰브론챔피언십에서 커트 탈락했고 3주 휴식 뒤 출전한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도 42위에 그쳤다. 올초 가장 높은 자리에 있었던 세계랭킹도 3위로 내려앉았다.

리디아 고는 “셰브론챔피언십 커트 탈락으로 몇 주 동안 좌절했다. ‘무슨 일이지?’하는 생각이 이어졌다”고 털어놨다. 재충전을 위해 휴식하면서 남편의 골프백을 맨 이야기도 소개했다. 그는 “아마추어 대회에 나선 남편의 캐디를 맡았다”며 “남편은 내가 대회에 나갈 때 항상 도와주려고 노력한다. 내가 남편을 도울 드문 기회였다”고 말했다.

골퍼로서는 ‘천재’로 꼽히는 그이지만, 캐디로서는 불합격이었다고 한다. 그는 “캐디로 나서 매우 긴장됐는데 퍼터 대신 커버를 건네는 실수를 몇 번이나 해서 경기 초반 몇 홀 만에 해고될 뻔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내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모호한 상황에서 룰을 알려주고 클럽 선택에도 도움을 줬다”며 “둘째날은 남편을 정말 잘 챙겼고 훨씬 더 나은 캐디가 됐다”고 했다.

리디아 고는 짧은 ‘캐디 생활’을 잡고 다시 투어에 참가한다. 19일부터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트럼프인터내셔널에서 열리는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아람코 팀 시리즈 플로리다(총상금 100만달러)에 출전한다. 이어 KPMG위민스PGA챔피언십, US여자오픈 등 메이저대회도 앞두고 있다. 그는 “4개 메이저 대회가 연속으로 열리는 6~8월은 긴 시간이 될 테지만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